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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ESG 상식이 되다

2021.02.02 2min 58sec

각종 언론매체에서 연일 오르내리는 단어, 바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입니다. 알 만한 이름의 기업들이 올해의 경영 키워드 중 하나로 강조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확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현대건설은 트렌드를 넘어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ESG 경영에 대한 사내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2021년 ESG 칼럼을 기획 연재합니다. 현대건설 뉴스룸에서 전문가 칼럼부터 현대건설 전문 에디터의 글까지 두루 만나보세요.


친환경을 나타내는 그래픽 이미지


진화하는 ESG 경영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용어는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이 ESG를 고려한 투자의 필요성을 발표하면서 대중에 알려졌습니다. 유엔책임투자원칙은 전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Kofi Annan)의 재임 시절, 전 세계 기관투자가 및 학계, 시민사회 출신 전문가 등이 모여 오랜 토론과 논의 끝에 탄생시킨 기구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기업 투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의 국민연금을 포함한 총 3635개의 투자사 및 자산가, 투자 관련 서비스 기관 등이 가입돼 있죠.
ESG는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파생된 것으로, 지속가능경영 개념에 포함됩니다. ESG가 기업 경영의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 평가기관 등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하면서부터입니다. 기업 투자를 결정할 때 전통적으로 활용했던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지속가능경영의 3대 축이기도 한 환경·사회·지배구조(또는 경제)까지 함께 고려하기 시작한 것.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기관인 블랙록과 한국의 국민연금 같은 전 세계의 연기금(年基金)들도 ‘ESG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한 기업이 환경오염, 지배구조의 불건전성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 투자자도 막심한 피해를 입습니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투자, 대출을 받는 기업이 ESG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ESG를 고려한 투자와 경영은 과거 사회에 해로운 비즈니스로 인식돼 있는 담배와 무기 생산, 1970년대 베트남 전쟁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제도와 관련한 사업을 배제하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ESG를 기업의 경영 철학과 내부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추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를 꼽을 수 있습니다.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지난 14년간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전기 및 가스 부문에서 13번이나 1위를 한 신재생에너지 회사입니다. CEO 짐 로보(Jim Robo)의 강력한 의지로 전 비즈니스 밸류체인에서 ESG를 고려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죠. 2025년까지 CO2 배출량을 25% 감축시키고, 2029년까지 무공해 에너지(Zero-emissions Energy) 사용 비율을 70%까지 증가시키는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위해 매년 CO2 배출 감소량,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사항, 임직원 안전사고 비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4년 연속 ‘미국 최고의 회사’ 이자, 2년 연속 ‘미국 최고의 다양성 회사’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이 됐습니다.


환경(E)은 대세, 사회(S)는 강세, 지배구조(G)는 텃세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두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환경’이 대세입니다. 올 1월 당선된 미국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의 1호 공약은 바로 환경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날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77일 후(바이든 취임일) 바이든 행정부는 다시 가입할 것입니다”고 공표하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SG를 포괄하는 지속가능경영은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으로, 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는 ▲고용 및 근로조건 ▲노사관계 ▲직장 내 안전 ▲인력개발 등 인적자본 부분과 공정거래 ▲부패방지 ▲사회적 책임 촉진과 협력 및 상생 ▲소비자에 대한 공정거래 ▲소비자 안전 및 보호 등 소비자에 대한 부분 ▲지역사회 참여 및 사회공헌 ▲지역사회와의 소통 등 지역사회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준법(Compliance)입니다. 국내 유수 기업들은 준법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내·외부에 준법감시위, 윤리준법위원회, 최고준법감시자 같은 조직을 설치해 컴플라이언스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윤리경영에 대한 솔선수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사모펀드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금융사들 역시 소비자 보호를 보완하는 조치로 올해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과 인사를 진행했습니다. 더욱이 MZ세대의 특징으로 설명되는 가치소비(자신의 가치 판단을 바탕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식)까지 등장하며 사회 영역은 계속해서 강조될 전망입니다.
한편 국내 ESG 관련 평가 및 자문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의 ESG 평가항목을 확인해 보면 기관마다 차이는 있으나 ‘지배구조’의 가중치가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환경과 사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ESG를 평가할 때는 지배구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지배구조는 이사회의 다양성, 임원급의 보수, 소유권과 지배권, 경쟁금지 관행, 기업윤리, 반부패, 세금 투명성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영역은 환경이나 사회와는 달리 오래전부터 정량화가 이뤄졌고, 상대적으로 측정이 용이한 탓에 ESG 항목 중 평가 결과의 신뢰도가 가장 높습니다. ESG는 모든 영역이 중요하기에 각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체계를 의미하는 지배구조가 건강하면 환경과 사회 또한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관점이 많아 지배구조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습니다.


‘ESG 워싱’ 경계해야
영국의 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Ella Wheeler Wilcox)는 약 100년 전 ‘운명의 바람(The winds of fate)’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썼습니다. “똑같은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도 어떤 배는 동쪽으로 가고, 다른 배는 서쪽으로 간다. 이는 바람이 아니라 돛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국제기구, 투자기관, 금융기관으로부터 시작된 ESG 바람은 어느새 많은 기업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제대로 된 ESG 돛을 올리고 환경과 사회와 지배구조를 점검하며 사회적 가치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어떤 기업은 무늬만 ESG인 돛을 올리고 우왕좌왕 바다를 표류하기도 합니다. 이제 기업의 상식이 되어버린 ESG.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기업이 될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하니까 마지못해 흉내만 내며 ‘ESG 워싱(위장 ESG주의)’을 하는 기업이 될 것인지,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글=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본 칼럼은 뉴스룸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