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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따라 랜선투어]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과 사랑, <비긴 어게인> 그리고 뉴욕

2021.03.29 2min 26sec

초록색 괴물로 변하며 괴력을 선보이던 <헐크>의 마크 러팔로(댄 역)와 <러브 액츄얼리>의 아름다운 여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그레타 역)가 뭉쳤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사랑과 음악을 공유하며 절망에 빠졌던 인생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주인공이다.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기 때문일까? 2013년에 개봉한 작품이지만 여전히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음악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 영화의 주 무대는 ‘찐’ 뉴욕이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뉴욕의 속살을 가득 담고 있다.


영화 <비긴어게인>의 한 장면

[ 영화 <비긴어게인>의 한 장면 ]



주인공들의 아지트, 로어 이스트 사이드

영화는 그레타와 데이브의 이별로부터 시작된다(뮤지션 그룹 마룬5의 인기 싱어 애덤 리바인이 그레타를 배신한 전 애인 데이브로 나온다!). 상심한 그레타는 뉴욕을 떠나기 전 들른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클럽에서 우연히 댄을 만난다. 뉴욕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주로 이민자들이 정착해 살던 곳으로 동유럽, 일본 등의 나라에서 온 이들의 음식과 문화, 그 외 다양한 나라의 풍습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인 동네다. 거리를 걷다 보면 뉴욕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다른 맨해튼 지역에 비해 물가가 저렴해 여행자가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소박하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볼수록 숨겨진 매력이 드러나는, 양파와 같은 거리다. 걷다 보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빈티지 로컬 숍에 들러 숨은 보석을 찾는 것도 큰 즐거움. 뉴요커만의 감성이 한껏 묻어나는 개성 강한 브랜드를 찾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가 훌쩍 가게 될 것이다. 

댄의 아파트이자 그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Gitane Café), 데이브가 무대에 서는 콘서트장(Gramercy Theatre) 등도 모두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위치한다. 마치 이 영화의 아지트인 것처럼 대다수의 배경이 이곳을 향한다. 어찌 보면 잘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좀 더 리얼하게 담고자 그곳을 주 무대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드타운의 복잡하고 거대한 느낌에 비해 한적하고도 소박한 곳이라 뉴요커가 아닌 여행자도 마음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레타와 댄은 음악으로 뭉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건물의 옥상, 유니언 스퀘어 파크 등 뉴욕 시내 여기저기에서 거리 공연을 펼친다. 이 중에서도 센트럴 파크의 호수에서 보트를 타며 기타 치고 노래 부르던 장면은 가히 낭만적이다. 그레타의 기타 선율이 강물 위를 흐르고 센트럴 파크 전체가 마치 핑크빛으로 물든 것처럼 느껴지던 장면이야말로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 가면 다양한 예술가들의 버스킹을 즐길 수 있다.

그레타의 기타 선율이 흐르는듯 느껴졌던 센트럴 파크의 강물 위 ]


뉴욕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센트럴 파크는 남북의 길이가 4.1㎞나 되는 거대한 공원이다. 미국의 역사 기념물이자 국가사적지이기도 한 이 공원 안에는 어린이 동물원,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의 추모 장소인 스트로베리 필즈,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보트 하우스, 재클린 케네디 오아시스 저수지, 거대한 느릅나무가 양쪽에 늘어선 더 몰, 야외 원형 극장인 델라코트 극장, 초원에 우뚝 서 있는 벨베데레성 등 즐길 거리가 천지다.

그레타의 음악성을 한 눈에 알아본 댄은 그녀에게 음악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둘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음악이라는 코드로 하나가 돼 상대에게 버팀목이 돼주는 과정이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지하철역과 길거리에서 공연하며 실력을 쌓고 그만큼 의지하게 되는 주인공들. 내내 귓가에 울리는 OST는 뉴욕의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영화의 포인트를 한껏 살려준다. 조금은 차가워 보이던 타임스스퀘어의 복잡한 거리와, 뉴욕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가 사랑과 희망을 품은 따스한 풍경으로 그려지는 걸 보면 역시 OST의 힘은 위대하다. 특히 윌리엄스버그는 맨해튼강 건너의 동네로 과거 소호나 첼시에 거주했던 예술가들이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이주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마천루 뷰를 한눈에 즐길 수 있고 유니크한 핫플레이스가 많아 요즘 뉴욕의 필수 인기 방문지로 급부상했다.


뉴욕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윌리엄스버그

뉴욕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윌리엄스버그 ]



뉴욕의 베스트 버스킹 장소, 워싱턴 스퀘어 공원

영화 속에 그려진 또 다른 최고의 버스킹 공연 장소는 워싱턴 스퀘어 공원이다. 맨해튼 남쪽 그리니치 빌리지 쪽에 위치한 워싱턴 스퀘어 공원은 1826년에 조성됐다. 여러 예술가들이 모여 자유롭게 즐기는 이곳은 실제로 뉴욕에서 가장 활발하게 버스킹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야외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늘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으니 이 정도면 버스커들을 위한 최고의 무대가 아닐까 싶다. 아마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존 카니와 음악디렉터 그렉 알렉산더도 이 사실을 알고 이곳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장면을 촬영한 듯하다. 워싱턴 스퀘어 공원은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배경지로 이미 알려져 있고, 뉴욕대의 비공식 캠퍼스로도 유명하다.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가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다.


[영화 따라 랜선투어]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과 사랑, <비긴 어게인> 그리고 뉴욕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 가면 다양한 예술가들의 버스킹을 즐길 수 있다. ]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말을 믿는가. 아니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뉴욕을 눈으로 즐기고 귀로 힐링할 수 있는 최고의 영화이므로. 다시 뉴욕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뉴욕 여행 꿀팁!

여행 일정이 일주일 이하라면 뮤지컬은 다음 기회에

뉴욕 여행은 예상보다 훨씬 피곤하다. 13시간의 시차, 14시간의 비행은 적응이 쉽지 않다. 낮에 분명 바쁘게 돌아다녔을 테니 저녁 공연을 즐기기엔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 이런 경우 공연보단 다른 여정을 좀 더 여유 있게 즐길 것을 추천한다.

지하철과 우버를 적절히 섞어 이용할 것

맨해튼의 교통 체증은 유명하다. 통행량도 많지만 일방통행이 많아 길을 돌아가기 일쑤. 그러니 지하철과 우버, 도보를 적절히 섞어 이동할 것을 권한다. 지하철이 안 닿는 곳이 거의 없는 맨해튼이지만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는 것은 여행 시간을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사진=조은정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