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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눈 질환’

2021.04.21 3min 1sec

봄이 왔지만 반갑지만은 않은 요즘. 미세먼지ㆍ황사에 계절성 알레르기 질환의 주범인 꽃가루 등으로 인해 눈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각막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시름을 더하는 데요. 알레르기성 결막염, 유행성 각결막염, 안구건조증 등 봄철이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눈 질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안과 의사와 환자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


봄철 눈 질환의 주범 ‘알레르기성 결막염’
결막은 눈의 흰자 바깥쪽에 있는 얇고 투명한 점막입니다. 결막은 항상 외부에 노출돼 있어 다양한 미생물이 침범하기 쉽습니다. 감염·알레르기·콘택트렌즈·외상 등으로 인해 결막에 염증이 생긴 것을 결막염이라고 하는데요. 결막염에 걸리면 이물감·눈곱·가려움증 등이 나타납니다. 결막염은 크게 감염으로 인한 결막염(바이러스성 결막염, 세균성 결막염)과 과민반응에 의한 결막염(알레르기성 결막염, 콘택트렌즈 유발 거대 유두 결막염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활 속 질병통계 100선’(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8)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는  4월부터 급증해 9월까지 꾸준히 발생하다가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줄어듭니다. 특히 꽃가루·미세먼지·황사·곰팡이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많이 나타나는 봄철에 가장 기승을 부려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봄철 불청객의 주범’이라 부르기도 히죠.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려움증이고, 눈에 투명한 분비물이 생깁니다. 아데노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 등에 의한 바이러스성 결막염과 달리 전염되지 않습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 ▶아토피성 각결막염 ▶봄철 각결막염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은 꽃가루·먼지·동물성 항원 등에 의한 제1형(즉시형) 과민반응입니다. 주로 양쪽 눈이 가렵고, 심하면 충혈되고 흰자가 부어 오르는 결막부종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알레르기 병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나타납니다. 이때 코가 막히고 맑은 콧물이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 함께 동반되기도 하죠. 아토피성 각결막염은 만성적 각결막염으로 아토피 피부염과 동반돼 나타납니다. 10대 후반에 시작해 30~50대까지 지속되기도 하는데요. 1년 내내 나타나는 눈꺼풀 염증은 특히 봄가을에 주로 악화되는데, 심하면 각막에 반흔을 일으켜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 봄철 각결막염은 10세 이전에 주로 발병해 기온이 올라가고 건조한 봄철에 심해집니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호전되는 특징을 보이죠. 봄철 각결막염은 윗눈꺼풀 결막에 특징적인 거대 유두(乳頭·Optic Disk)가 자갈 모양으로 관찰됩니다. 심하면 각막의 상피가 벗겨지는 각막 궤양이 되기도 합니다.


3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유행성 각결막염’
바이러스로 인해 생기는 유행성 각결막염은 습도가 높아 세균 번식이 잘 되는 초여름부터 기승을 부리는데,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더욱 쉽게 걸립니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일주일 정도 잠복기를 거칩니다. 발병하면 눈이 충혈되며 돌이 구르는 듯한 느낌이 들고 눈물이 나며 눈 주위에 통증이 생기죠. 눈꺼풀과 눈 흰자위가 붓고 결막 아래로 피가 나기도 합니다. 어린이의 경우 귀 앞쪽의 임파선이 부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열이 나거나 목이 붓기도 하며 설사를 하기도 하는데요. 증상이 3~4주 정도 지속되며 각막으로 염증이 퍼지면 각막 상피가 벗겨지면서 심한 통증으로 눈을 뜰 수 없게 됩니다. 환자의 절반 정도가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기도 하는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시력을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치료는 인공눈물과 항생제, 스테로이드 점안액을 사용해 통증을 줄이고 합병증을 예방합니다. 치료용 콘택트렌즈·가성막 제거술 등을 시행하기도 하며 얼음찜질 등으로 부기와 통증을 가라앉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2~4주 정도는 치료에 집중해야 합니다. 또, 유행성 각결막염은 전염력이 매우 강합니다. 증상이 시작된 후 10~14일 정도까지 특히 심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죠. 손 씻기, 수건 따로 쓰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특히 눈병이 많은 여름철에는 깨끗하게 소독되지 않은 물수건이나 수영장 등에서도 옮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사계절 내내 발병하는 ‘안구건조증’
눈물은 눈에 침입한 균을 죽이고 혈관이 없는 각막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윤활유 역할을 하는 눈물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양이 줄거나 질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이상을 안구건조증이라고 합니다.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눈이 건조한 느낌이 들고 화끈거리며, 충혈되거나 흐릿하게 보입니다. 안구건조증의 원인으로 컴퓨터·스마트폰 등 영상 단말기의 잦은 사용과 미세먼지 등을 꼽습니다. 안구건조증은 한 번 앓으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수시로 인공눈물을 넣거나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눈을 마사지하는 등 관리가 중요합니다.
안구건조증 증상이 아주 심해 하루 4번 이상 인공눈물을 넣어야 한다면 보존제가 없는 1회용 인공눈물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스테로이드 성분을 함유한 안약은 인공눈물 용도로 오래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스테로이드 안약을 습관적으로 쓰면 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규연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지만 눈은 마스크로 가릴 수 없으므로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 착용하기, 눈 비비지 않기, 인공눈물 점안 등으로 눈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 권대익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


눈 건강 지키는 Tip
》충혈제거제 장기간 사용 금지
충혈제거제를 오래 쓰면 혈관수축제의 반동 작용으로 눈이 더 충혈될 수 있습니다. 일부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약의 경우 백내장·녹내장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수입니다.
식염수 아닌 인공눈물이 효과적
눈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는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어야 합니다. 반면에 식염수는 약이 아닐뿐더러 항균 작용이 있는 눈물을 씻어내기 때문에 피해야 하죠.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기
가렵다고 눈을 비비면 일시적으로 괜찮은 것 같지만 곧 증상이 악화되고 결막 및 눈꺼풀이 부어오를 수 있습니다. 가려움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 안약 처방이나 냉찜질이 도움됩니다.
청결함이 기본
외출한 뒤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고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해야 합니다. 또한 평소 세안할 때 눈꺼풀 가장자리를 깨끗이 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인공눈물 사용법
인공눈물은 하루 6회 이하 사용
인공눈물은 눈물 점액질과 방부제로 만들어져 독성이 있기에 하루 6회 이상 넣으면 각막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콘택트렌즈를 쓰거나, 알레르기성 질환 혹은 심한 안구건조증을 앓거나, 하루 6회 이상 안약을 점안할 때에는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은 일회용 인공눈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1회용 인공눈물은 한 번 개봉하면 하루 이상 쓰지 말아야 합니다.
인공눈물을 넣을 땐 자극 최소화
손을 깨끗이 씻은 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아래 눈꺼풀을 손으로 잡아 되도록 자극이 덜한 흰자위나 빨간 살 안쪽으로 점안합니다. 안구나 눈썹에 직접 닿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한두 방울을 넣은 후 눈을 깜박이면 성분이 눈물길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30초 정도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점안 횟수는 하루 4~5회가 적당합니다.


도움말=황제형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