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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 미래 사회의 중심, 언택트 시대의 로봇

2020.08.26 3min 7sec

로봇이 공장에서 태블릿을 보는 모습-미래사회 이미지 사진 


미래기술 20년 내로 모든 산업의 핵심 노동을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전 세계에서 로봇에 대한 연구와 개발 속도가 빠릅니다. 이 칼럼에서는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로봇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  <벌거벗은 태양>에는 오늘날 눈여겨볼 만한 사회가 등장합니다. 인구가 매우 적은 행성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서로 만나길 극히 꺼리죠. 서로 1㎞ 이상 거리를 둔 채 혼자서 살아가며, 심지어는 자손을 남길 때도 접촉하지 않고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합니다. 혼자서 살아가는 데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수많은 로봇이 인간을 돌봐주기 때문이죠. 지시하는 대로 이행하는 로봇 덕분에 타인을 만나지 않으면서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겁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대인 접촉을 줄이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19 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면이나 통화를 꺼리는 분위기가 슬슬 생기는 추세였습니다. 이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을 더 선호했죠.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업무를 대신할 로봇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용 다용도 로봇의 미래
여러 SF소설이나 영화, 만화에 나와 있듯 로봇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가사, 교육, 놀이, 육아, 간호, 애완, 수술, 산업, 군사 등 로봇을 적용할 곳은 무궁무진합니다. 문제는 로봇 기술이 언제 그런 수준까지 오르냐 입니다.
일반인이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분야는 집안일이지만, 가사를 돕는 가정용 로봇은 생각만큼 도입이 빠르지 않습니다. 로봇을 만날 기회는 오히려 집 밖에 더 많습니다. 요즘 몇몇 식당에 가면 서빙 로봇을 접할 수 있는데요. 사람이 로봇에게 있는 선반에 음식을 올려놓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손님이 있는 테이블로 움직입니다. 음식을 테이블로 옮길 때는 결국 사람의 손이 필요해서 완전한 서빙 로봇이라 하기는 부족하지만, 확실히 이색적인 광경이죠. 그러나 로봇 서빙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먼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주문을 받아야 하는 건 기본. 사람처럼 정교한 동작을 할 수 있는 손과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이 있어야 음식을 테이블로 옮기거나 빈 그릇을 치울 수 있습니다.
로봇이 특정 분야에서 정밀한 작업을 하는 건 가능하지만 집안의 온갖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가사 로봇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로봇은 로봇 청소기입니다. 알아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바닥을 깨끗하게 치워주는 로봇 청소기는 한 가지 일밖에 못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많은 가정에 도입된 로봇입니다. 가정에서 다용도로 쓰이려면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이며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2000년 일본에서 혼다가 2족 보행 로봇 ‘아시모’를 공개한 뒤로 기술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2016년에 미국의 로봇 개발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는 걷는 건 물론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장애물을 뛰어서 피하며 심지어는 공중제비까지 가능하죠.



사랑, 택배, 구조, 탐험 등 다양한 로봇의 활약상
다양한 분야의 로봇이 우리 삶에 직접 들어오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전에 각 전문 분야에 맞는 모습과 기능을 갖춘 로봇부터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더 크죠. 외로운 사람들의 반려 역할을 하는 로봇은 이미 많은 사람의 새로운 동반자로 급부상했습니다. 귀여운 동물 모습을 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애완용 로봇인 일본 소니의 ‘아이보’는 1999년에 등장해 2006년까지 팔렸고, 2018년에는 더 발전한 신형 아이보가 나왔습니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술로 더욱 똑똑해져 주인과 상호작용하며 사용하는 이의 반응에 따라 다른 개성을 갖추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단순히 귀엽게 생긴 로봇에 그치지 않고 정말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한 것이죠.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줄 택배 로봇도 있습니다. 이미 아마존이 로봇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이 접했을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접촉을 줄여 가는 추세에 딱 들어맞는 방식이죠. 위험한 상황에도 로봇이 유용합니다. 지진이나 홍수, 화재와 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 구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을 때, 군용 정찰 로봇인 ‘팩봇’이 잔해 속으로 들어가 상황을 조사했습니다. 군대도 로봇 활용에 관심이 많은데요. 병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군대에서는 정찰용 소형 로봇이나 소총을 장착하고 전투를 벌이며, 폭탄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로봇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이나 동물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무인비행기와 무인잠수정 같은 장치도 엄연히 로봇의 일종입니다.
사람이 직접 가기 어려운 곳도 이제는 로봇이 갑니다. 최근 화성탐사 로봇은 물론 심해도 무인잠수정이 맡았죠. 과거와 달리 미개척지에 처음으로 발을 딛는 영광이 앞으로는 로봇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로봇에 둘러싸인 산업
최초의 산업용 로봇은 1961년 미국 제너럴모터스 공장에서 도입한 ‘유니메이트’. 이 로봇은 팔 하나가 달린 단순한 모습이지만, 뜨겁고 무거운 부품을 나르고 차체에 부품을 용접하며 사람대신 위험한 일을 도맡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로봇이 산업용 로봇이죠.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64만 대의 산업용 로봇이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의 폭은 앞으로 더 넓어질 전망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자동화가 어려웠던 건설현장이 그렇죠. 현대건설은 현대로보틱스와 MOU를 맺고, 건설용 로봇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드릴로 구멍을 뚫는 작업, 용접, 벽돌 쌓기 등의 일을 수행하는 게 목적입니다. 해외에서도 철거나 건축, 수중 건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사람의 작업을 돕는 방식도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힘을 적게 들이고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생산라인에서 오랫동안 위를 보고 일하는 노동자가 적은 피로도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는 웨어러블 로봇 ‘벡스’를 개발했습니다. 웨어러블 로봇은 아이언맨처럼 입는 형태로 사용자가 조금만 움직여도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벡스를 입으면 보통 성인이 3㎏의 공구를 들었을 때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죠.
최근에는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영리하고 학습이 가능한 로봇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만약 인간 수준에 근접한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SF에 나오는 것처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정에서 아기를 돌보며 병원에서 환자를 간호하는 로봇까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끼리 접촉이 줄고 로봇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 우리는 본격적으로 로봇과 우리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로봇의 실수로 사고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 로봇을 학대하고 파괴하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의 윤리적 문제까지 말이죠. 우리는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서 들어올 로봇이 인간의 많은 역할을 대체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고호관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