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여자배구처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팀 경기는 선수들의 남다른 투지가 엿보였습니다. 도쿄 올림픽의 여독을 제대로 풀 시간도 없이 KOVO컵부터 21-22 정규시즌을 위해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의 양효진(이하 양)·정지윤(이하 정) 선수. 기꺼이 시간을 내준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의 두 스타를 만났습니다.
[ 양효진 선수와 정지윤 선수(사진 왼쪽부터) ]
도쿄 올림픽에서 기적 같던 명승부 잘 봤습니다.
양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어요. 워낙 다른 국가 선수들이 잘해서 결승 진출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일본을 이겼을 때는 그 순간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올림픽 한 달 전에 치렀던 시합에서 3-0으로 졌었거든요. 꼭 이기고 싶었습니다(웃음).
정 올림픽에서 경기를 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큰 영광이었습니다. 큰 무대가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압박감도 있었는데요.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이 많이 행복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올림픽 출전이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국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순간을 뽑는다면?
양 8강 진출을 앞두고 치러진 일본과의 대결이요. 결코 쉬운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팀 모두가 이기겠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어서 세트스코어 3:2 접전 끝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 저는 터키를 이기고 4강에 진출했던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매 세트가 힘든 경기였지만 어려운 순간마다 팀원 모두가 하나 되어 경기에 임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양효진 선수는 태극마크와 작별한다고 들었어요.
양 그래서인지 일본전이 가장 많이 생각나요. 한·일전을 계기로 팀원끼리 더 끈끈해졌고, 터키와의 시합에서도 자신감이 붙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은퇴는 대표 팀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마음먹었던 건데,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니 시원섭섭했어요.
반면에 정지윤 선수는 이번 올림픽으로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정 이렇게 큰 무대를 밟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발탁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중요한 시합이기 때문에 ‘팀에 피해를 주진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부담이 많이 됐던 거 같아요. 그래도 저의 첫 올림픽이자 언니들의 마지막 올림픽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코트에 들어갔어요. 국제 무대를 경험 해보니 좀 더 높은 꿈과 목표를 가져야겠더라고요. 이전의 각오와 연습으로는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규리그 시즌이 곧 다가옵니다. 올림픽에서의 경험이 도움될까요?
양 아무래도 국제 무대를 뛰다 보면 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됩니다. 다양한 선수들의 배구 스타일도 보게 되고요. 배구에 관한 전체적인 관점이 확실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특히 처음 올림픽 대표단이 되어 출전했을 때 스스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많이 느끼고 왔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하기도 했고요.
정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레프트 포지션으로 경기를 뛰어야 하기 때문에 새롭게 적응하고 연습해야 되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국내 시합에서는 좀 더 대담하게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성형 감독님의 스타일은 어떤가요?
양 강 감독님과는 대표 팀에서 함께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낯설진 않았습니다. 운동할 때 빼고는 진짜 편하게 대해주세요. 무엇보다 열정이 엄청 대단하시거든요. 훈련법도 요즘 스타일에 맞게 바꿔 나가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체력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시는 편이라서 저 역시 며칠 동안은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고, 지금은 볼 운동에 합류했습니다.
정 체력과 웨이트를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또한 운동할 때 밝은 분위기를 많이 강조하시는 편입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명확해서 저도 팀 운동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열심히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개인적으로 목표하는 게 있나요.
양 저의 기량이 떨어지지 않게 노력할 거고요. 블로킹을 더 잘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팀 목표는 지난해에 성적이 조금 부진했기 때문에 올해는 꼭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 이번 시즌에는 레프트 포지션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잘 적응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올 시즌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현대건설 배구단을 응원하고 있는 임직원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양 항상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코로나가 지속되어 많이 지쳐 있으실 것 같은데, 배구 경기로나마 힘이 되어드릴 수 있도록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습니다. 직관이 어렵더라도 중계로 많이 시청해 주시고요! 앞으로도 응원 부탁드립니다.
정 많은 사랑과 응원을 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드릴 순 없겠지만 그래도 항상 노력하고 열심히 할 테니 변함없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현대건설이라는 이름에 책임감을 갖고 이번 시즌 더 좋은 모습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대건설&배구단 파이팅!
글=현대건설 강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