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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의 불청객, 뇌혈관 질환

2020.11.12 2min 48sec

바야흐로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일교차도 심해졌죠. 우리 몸이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합니다. 이처럼 혈압 변동 폭이 커지는 날씨에는 뇌혈관 질환이 급증하는데요. 대표적인 뇌혈관 질환, 뇌동맥류ㆍ뇌졸중ㆍ모야모야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건강칼럼] 추운 날씨의 불청객, 뇌혈관 질환


‘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뇌동맥류 파열’은 추위가 심해지고 일교차가 커지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많이 발생하는 뇌혈관 질환입니다. 11월부터 늘기 시작해 다음해 4월까지 이어지는데, 이는 뇌출혈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뇌동맥류(腦動脈瘤ㆍCerebral Aneurysm)는 머릿속 동맥 혈관의 특정 부위가 풍선이나 꽈리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하는데요. 이렇게 부푼 혈관은 빠르게 흐르는 혈액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질 수 있습니다. 동맥류 크기가 5~7㎜ 이상이면 파열 위험이 커지고, 10㎜ 이상이면 파열 가능성이 매우 높죠.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피가 한꺼번에 두개강(머리뼈 속 공간) 내 지주막하 공간으로 흘러나옵니다. 혈액이 뇌와 두개골 사이의 지주막(뇌를 감싸고 있는 3개의 뇌막 가운데 가장 바깥의 경막과 가장 안쪽의 연막 사이에 있는 막으로 ‘거미막’이라고도 합니다) 아래 공간으로 스며들면 두개강 내 압력이 혈압보다 높아지면서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습니다. 이는 30%가량이 목숨을 잃는, 가장 치명적인 질환이 되기도 합니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뇌압이 급상승하면서 극심한 두통이 발생하고, 목덜미가 뻣뻣해지며 구토ㆍ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의식을 잃을 정도가 아니라면 대개 심한 편두통이나 안구통을 동반합니다. 시신경이 압박되면 시력이나 시야 장애, 안검하수, 안구 운동 마비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뇌동맥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혈압ㆍ동맥경화 등 혈관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이 뇌동맥류 환자)이 있고, 고령, 흡연자, 다낭성 콩팥병 등과 같은 유전성 질환을 가진 사람은 발병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람은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받고, 뇌혈관 단층촬영(CTA)이나 뇌혈관 자기공명영상촬영(뇌MRA)으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죠. 

파열 전에 뇌동맥류를 치료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95% 이상입니다. 치료는 주로 ‘클립결찰술(수술)’과 ‘코일색전술(시술)’로 이뤄집니다. 클립결찰술은 이마 부위 두개골을 열고 클립 같은 고정 핀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졸라매는 수술법인데요. 코일색전술은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서혜부)의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넣은 뒤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 막는 방식이다. 뇌 수술이 어렵거나 직접 수술 위험성이 큰 환자에게 적합합니다.


[건강칼럼] 추운 날씨의 불청객, 뇌혈관 질환


30~40대 ‘젊은’ 뇌졸중 증가

뇌졸중은 3대 사망 원인의 하나로, 뇌 기능 장애를 일으키며 돌연사의 주원인입니다. 뇌졸중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나뉘는데요. 뇌경색은 뇌졸중의 85~90%를 차지하며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고혈압이 있으면 동맥경화가 가속돼 정상인에 비해 확률이 4~5배 높아집니다.

문제는 30~40대 젊은 층에서도 뇌졸중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체적ㆍ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만 평소 운동이나 건강검진 등으로 자신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연령대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대에서 10명 중 한 명, 40대는 10명 중 두 명이 고혈압 환자입니다.

뇌졸중은 갑자기 생깁니다. ▷감각이 무뎌지고 ▷입이 돌아가거나 ▷안면 마비 ▷발음 장애 ▷시야 장애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재빨리 병원을 찾아 혈관을 뚫는 시술(정맥 내 혈전 용해술, 동맥 내 혈전 제거술)을 받아야 하죠.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뒤 60분 이내에 대처하면 경과가 가장 좋고 골든타임(4시간 3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면 막힌 혈관을 뚫는 정맥 내 혈전 용해술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골든타임이 지났더라도 6시간 이내 동맥 내 혈전 제거술을 받으면 뇌경색 악화와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 요인인 고혈압ㆍ당뇨병ㆍ심장 질환에 좋지 않은 것을 지양해야 하는데요.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혈류 흐름을 방해하는 기름지거나 짠 음식, 담배, 술 등은 피하고 매일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혈관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나트륨ㆍ고칼륨 음식인 과일과 채소, 저지방 유제품의 섭취를 늘려 영양소를 보충하고 포화지방이나 총 지방량 섭취를 줄이는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야모야병, 뇌동맥류 위험 높여

모야모야병은 대뇌에 피를 공급하는 주요 혈관인 내경동맥 및 대뇌동맥이 동시에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막힌 혈관이 가늘고 꼬불거려서 마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때문에 발견자인 일본의 스즈키 교수가 ‘김이나 연기가 끼어서 주변이 몽롱한 모양’을 뜻하는 일본어 ‘모야모야’로 병명을 정했다고 합니다. 모야모야병은 동양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 많이 발병합니다. 주로 5~10세 어린이와 30~40세 성인에게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성인 모야모야병이라면 뇌동맥류가 자주 생기고 뇌동맥류 파열 위험성도 훨씬 높아집니다. 윤원기 고려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모야모야병으로 진단받은 113명의 환자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10명이 뇌동맥류로 추가 치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7명은 돌연사할 위험이 높은 뇌동맥류 파열이 생겼습니다.

모야모야병은 증상이 서서히 심해지기 때문에 초기에는 병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대개 울고 난 후 몸에 힘이 빠지면서 한쪽 몸이 마비됐다가 곧장 회복되는 증상이 반복되는데요. 간혹 증상이 회복되지 않는 뇌경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뇌출혈이 있으면 심한 두통이나 간질성 경련을 보이기도 하죠. 

대부분 울고 난 뒤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뜨거운 음식을 입으로 불면서 먹거나 풍선ㆍ관악기 등을 불고 난 후에 생기기도 합니다. 어린이가 마비 증세를 보일 때 꾀병이나 뇌전증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병이 진행성이라면 최선의 치료법은 수술입니다. 혈류가 풍부한 두피 혈관을 분리한 뒤 막힌 뇌 표면 혈관에 이어붙이면 신생 혈관이 안으로 자라면서 혈류량을 늘려줍니다. 이를 통해 뇌 허혈 부위에서 뇌경색 발생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가늘고 약한 모세혈관으로 피가 몰리지 않도록 해 뇌출혈 발생도 줄일 수 있습니다. 박상규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경색이 한 번 발생한 뒤 뇌세포가 죽으면 복원이 불가능하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글=권대익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