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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공항 전문가가 알려주는 공항의 비밀

2023.05.12 5min 43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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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객이 부쩍 늘었습니다. 해외로 여행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공항’입니다. 공항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들이 비행기를 타기 전 머무르는 공항 여객터미널이 공항의 전부라 여길지 모르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현대건설의 공항 전문가가 ‘알고 보면 재미있는’ 공항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글=이희정 / 도움말=박성원 책임연구원(현대건설 기반기술연구실)



공항의 탄생…히스토리에서 공항 건설의 A to Z 


세계 최초 공항은 1909년 미국 라이트형제가 지은 메릴랜드의 ‘칼리지 파크 공항’입니다. 당시 이곳은 미 공군 장교들이 비행훈련을 위해 건설했다고 하는데요. 그 후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공항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항공기가 발달하면서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항은 ‘여의도 공항(1953)’으로, 일제강점기 때부터 훈련장과 공군기지로 사용하던 곳이었습니다. 당시 여의도 공항은 한강 범람으로 활주로가 자주 물에 잠겼고, 공항 시설도 열악했는데요.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1958년, 우리나라의 두 번째 공항인 ‘김포국제공항’을 개항했습니다. 초기 김포국제공항은 한동안 수요가 거의 없었지만,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를 지나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발표 이후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시기 현대건설도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확장공사, 여객청사 신설공사 등을 필두로 27차례나 건설에 참여했습니다.    


1980년 7월 당시 김포국제공항 청사의 모습

[1980년 7월 당시 김포국제공항 청사의 모습. 현대건설은 1969년 김포국제공항 1차 확장공사에 참여한 이래 1980년까지 27차례나 공항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돌아보면, 과거 공항은 도심지 주변 육지에 건설됐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성장과 함께 공항 주변 지역까지 점차 개발이 확대되고, 인구가 집중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항공기 소음 문제 등으로 도심지에 공항을 확장‧신설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졌죠. 그래서 최근에는 주로 해안가 근처 바다를 매립해 건설하는 추세입니다. 해안가 공항은 항공기 소음 환경 규제에 유리해 24시간 운영과 공항 시설 확장이 비교적 용이하고, 육지에 비해 항공기 이·착륙 중 엔진 고장이 발생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케이슨(Caisson)을 이용한 매립기술의 발전 또한 해상공항 건설을 견인하고 있는데요. 현재 건설 중인 ‘울릉공항’이 바로 케이슨 공법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매립식 해상 공항입니다. 


라이트형제가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1903년 이후, 항공기는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항공 르네상스 시대’라 할 정도로 장거리를 이동할 때면 자연스레 항공기를 떠올리곤 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흑산·백령공항 등 소규모 공항을 비롯해 새만금 국제공항, 가덕도 신공항 등 각종 공항 건설 계획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공항을 짓는 것은 많은 비용과 대규모 부지, 장기간의 건설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계획 단계부터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전 타당성조사를 통해 그 지역의 비행기 이용 수요를 조사하고, 주변 토지 이용 계획, 정책 추진 방향, 교통 현황을 비롯해 철새·태풍·해일·지진 등 자연환경까지 검토해야 하죠. 하나의 공항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수많은 지역을 일일이 둘러보고, 각 지역의 지형, 바람의 방향, 기상, 주거 현황 등을 분석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본계획이 결정되면, 실제 건설사가 시공할 수 있는 기본·실시 설계 단계로 넘어가는데요. 공항 사고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공기 운항 안전에 유의해서 설계, 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공항 설계의 모든 것


공항은 우리에게 익숙한 여객터미널을 비롯해 화물터미널, 활주로, 계류장, 유도로 등 다양한 시설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시설은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설계‧배치되는데요. 그중에서도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바퀴가 닿는 도로인 ‘활주로’는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활주로 항공사진


○ 지구 온난화와 활주로의 상관관계

활주로를 계획할 때 제일 중요한 조건은 바로 ‘바람의 방향’입니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이죠. 활주로의 방향을 보면, 그 지역에 부는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밖에 ‘온도와 고도’는 활주로 길이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3°C 상승할 때마다 비행기가 뜨는 힘인 양력이 1%씩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온도와 고도가 상승하면 압력과 밀도가 낮아져 엔진 출력과 양력도 함께 감소합니다. 그래서 항공기 엔진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온도가 1°C 상승할 때마다 활주로 길이를 1%씩 늘린 활주로가 필요한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50년 이후에는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이륙하는 비행기는 기존 활주로를 이용하기 위해 이륙 중량(TOW, Takeoff Weight)을 0.5%~4% 줄여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륙 중량을 감소시키게 되면, 여객·수화물량(Payload)과 주유량(Fuel)까지 줄여야 해서 장거리 노선 확보가 어려워지는데요. 이는 항공 운영사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항 계획 시 공항 온도를 고려한 활주로 길이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특별한 활주로 포장 

활주로는 멀리서 보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일반도로와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특별한 포장 설계와 시공이 숨어 있습니다. 25톤 덤프트럭 25대와 맞먹는 무게의 항공기가 시속 200km 안팎의 속도로 착륙할 때 받는 하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활주로는 일반고속도로의 포장 두께보다 2~3배 두꺼운 1m에 가깝습니다. 또한 하중을 견디는 것 외에도 안전을 위해서도 활주로 표면을 매끄럽게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요. 일반도로와 달리 활주로의 이음새 균열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특별한 포장 기술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비행기 편대 비행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수의 포장 장비를 한꺼번에 시공하는 ‘광폭편대포장 공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음새 없이 노면을 매끄럽게 시공할 수 있어 포장 품질과 공항 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안개 속에서도 착륙 가능한 최첨단 항공 운항 시스템   

항공 운항 시스템은 방문객들에게 안전한 여행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항행안전시설’은 항공기 이착륙 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항행안전시설은 조종사들에게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항공등화시설’과 비행기에 전파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항행안전 무선시설’로 구분됩니다. ‘항공등화시설’은 바다에서 등대를 보고 항로를 알려주듯 활주로 위치 정보를 빛을 이용해 조종사들에게 시각적으로 제공하는데요. 인천국제공항에도 3만 여개의 조명이 조종사의 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항행안전 무선시설’은 활주로에 설치된 장비를 통해 비행기에 전파를 발사해 착륙하는 비행기의 각도와 거리를 계기판에 표시해 줍니다. 최근에는 GPS 등 위성 항행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항로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명 ‘오토파일럿’을 이용한 자율비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안개나 폭우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이·착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K-건설’ 해외 공항 사업의 포문을 열다…현대건설이 짓는 ‘페루 친체로 신공항’


‘페루 친체로 신공항’의 조감도(왼쪽)와 실제 시공 중인 현장의 모습(오른쪽)

[ ‘페루 친체로 신공항’의 조감도(왼쪽)와 실제 시공 중인 현장의 모습(오른쪽). 공항 부지를 조성하는 토목 공사는 2021년 4월 착공해 오는 2023년 7월 준공을 앞두고 있고,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공사는 2025년 8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  


공항 개발 사업은 철도, 도로에 이은 세계 3대 인프라 시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엔데믹 시대가 오면서 공항 투자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실제로 최근 국내 뿐 아니라 폴란드 신공항, 베트남 롱탄 신공항 등 다수의 해외 입찰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여기, K-건설이 주목하는 해외 공항 개발 사업에 포문을 연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페루 친체로 신공항’ 사업입니다. 국토교통부·한국공항공사 등이 ‘팀코리아’를 구성해 한국-페루 정부간 계약(G2G)형식으로 남미 공항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인데요. 팀코리아가 페루 정부를 대신해 설계 검토, 건설 공정 및 시운전 등 사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는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담당하는데 이어, 시공까지 현대건설이 맡아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 전체 사업비 76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부지조성 공사와 여객터미널 본공사를 연이어 수주했는데요. 현재, 멕시코·중국·페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 합작법인의 리더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통솔하고 있습니다.   


친체로 신공항은 세계적 잉카문화 유적지인 마추픽추를 여행하기 위한 관문으로, 연간 570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입니다. 4㎞에 달하는 활주로 1본, 탑승교 13개를 갖춘 터미널(5만230㎡)과 계류장(9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일 년 내내 일교차가 심하고, 현지의 여름에 해당하는 12~3월에는 거의 매일 비가 오곤 합니다. 또 해발고도 372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고산병 약을 챙겨 먹어야 할 정도로 작업 환경이 만만치 않은데요. 현대건설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투입해 시공 품질과 공기 준수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일일 최대 12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오는 7월, 공항부지 조성을 위한 대역사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공사는 2025년 8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과학적인 공항 설계의 묘미를 친체로 신공항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고도가 높은 지역에 건설되기 때문에 주요 운영 항공기가 소형임에도 불구하고 활주로 길이를 항공기 크기와 무게 제한이 없는 4km*로 설계했습니다. 또한 에어버스 A350과 같은 대형 항공기의 경우 최대 이륙 중량을 85%로 제한해 운항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드론을 활용한 측량, BIM 모델링, AMG(Automated Machine Guidance)*, FMS(Fleet Management System)* 등 각종 첨단 시공 기술을 적용해 현장을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시공 중입니다. 이 밖에 현대건설의 포장 기술 전문가가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FARFIELD 시스템을 활용해 활주로 포장단면 적정성을 검토하는 등 기술 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요. 현장은 활주로 시공을 위해 여러 대의 아스팔트 페이버(Asphalt Paver)를 동시에 투입해 활주로의 품질과 내구성을 높이는 한편, 공기 단축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일반적으로 활주로 길이 4km에서는 에어버스 A380, 보잉 B777 등 대형 항공기가 무게 제한 없이 운영 가능합니다.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같은 대형 허브 공항은 연장 4km의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AMG(Automated Machine Guidance): 토공장비를 보조하는 기술로, 친체로 신공항 현장에서는 토사 굴착용 기계인 백호(Back hoe shovel), 도저(Dozer), 그레이더(Grader)에 사용 중입니다. 백호의 경우, 3D 도면을 입력하여 운전석 화면에 표시해 운전수의 작업을 보조하고 있고, 도저, 그레이더의 경우, 장비의 블레이드를 반자동으로 제어해 작업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FMS(Fleet Management System): 차량에 GPS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입니다. 친체로 신공항 현장의 경우 덤프트럭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일일 운반거리 등의 운행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공사에 참여한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왼쪽)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오른쪽).

[ 현대건설이 공사에 참여한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왼쪽)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오른쪽). ]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공항은 수많은 여행객과 화물이 드나드는 만큼,  토목·건축·플랜트 등 다양한 공종의 노하우를 집대성해 안전하게 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 공사와 달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미국 연방항공청(FAA)*,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규격화된 국제 기준에 따라 건설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과 시공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현대건설은 김포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을 통해 쌓아온 검증된 포트폴리오와 앞선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세계 시장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육지와 바다에 이어 전 세계 곳곳의 하늘 길을 열어가며, K-건설의 위상을 높이는 현대건설의 힘찬 비상을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국제민간항공조약에 기초해 1947년 4월에 발족된 유엔 전문기구로, 비행의 안전 확보, 항공로나 공항·항공시설 발달의 촉진, 부당 경쟁에 의한 경제적 손실 방지 등을 목적으로 세워졌습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미국 운수성 하부 기관으로 항공 수송의 안전 유지를 담당합니다. 미국 내에서의 항공기 개발, 제조, 수리, 운행 허가 등이 이곳의 승인 없이 실시할 수 없고, 대부분의 항공사는 FAA의 규정을 따라야 여객 업무가 가능합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전 세계 131개국 239개 항공사가 참여하는 민간기구로 흔히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립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국제선운임, 주요 국제공항에서의 운항시간 조절, 공항시설 사용료 등에 대해서도 항공사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1972 김포국제공항 공항청사 확장공사 1973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확장공사 1980 김포국제공항 여객청사 김포국제공항 국제여객청사 1988 UAE 알아인 국제공항공사 1990 싱가포르 창이공항 제2터미널 2003 포항공항 수원비행장 2006 대구공항 활주로 공사 2000 해미비행장 인천국제공항 제1활주로 인천국제공항 제2활주로 2001 대구공항 터미널 확장공사 1996 인도네시아 바탐섬 항나딤 공항 3단계 1992 인도네시아 바탐섬 함나딤 공항 2단계 인도네시아 발리 국제공항 2008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부대공사 2015 공군00기지 주활주로 재포장 2017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건축공사 2025 페루 친체로 신공항(준공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