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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⑥]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는?

2023.06.08 5min 3sec

‘문명을 만드는 기술’로 불려온 건설은 사회의 존속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핵심 역량과 기술은 어떠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요? 현대건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이를 진단해보는 칼럼을 기획 연재합니다.



넷플릭스, K-콘텐츠 속 디스토피아에 주목하다


공개 후 3일 만에 3,122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른 <택배기사> 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개 후 3일 만에 3,122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른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산소를 택배로 배달받는 시대가 올까요?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2023)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가 배경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이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산소’를 쥐고 흔드는데, 마스크 또한 계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공급받는 세상이죠. 여기서 배우 김우빈이 연기하는 ‘5-8’은 잔혹한 헌터들의 방해를 뚫고 사람들에게 산소와 생필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택배기사 역할입니다. 


올해 초 넷플릭스는 또 다른 SF영화로 한국 콘텐츠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올 1월에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2022)는 2194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자원 고갈로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인류는 우주에 ‘쉘터’를 만들어 이주하죠. 하지만 새로운 터전인 쉘터조차 내전이 일어나고, 인류는 AI 전투 용병까지 만들어 전쟁을 계속합니다. 이처럼 공교롭게도 지난 1년간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는 자원고갈과 에너지 문제를 다룬 한국 SF 대작이 두 편이나 공개됐습니다. 덕분에 미래의 위협은 이제 미래가 아닌 우리와 한층 가까운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에코 아포칼립스의 희망, 친환경 그린 가스의 시대


세계의 멸망을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는 최근 SF 장르의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이 가운데 좀비 콘텐츠는 K-드라마의 인기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세계의 멸망을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는 최근 SF 장르의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이 가운데 좀비 콘텐츠는 K-드라마의 인기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신약 성경 마지막권인 <요한 계시록>의 영어명인 ‘아포칼립스(Apocalypse)’에서 유래한 아포칼립스 장르는, 보통 대중문화에서 종말의 이미지와 맞물려 세계의 멸망이나 그에 준하는 대재앙과 재난을 일컫는 말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 장르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보다 구체적이고, 어두워졌습니다. 특히, K-콘텐츠의 한 축으로 사랑받고 있는 ‘좀비 아포칼립스(Zombie apocalypse)’를 시작으로, 세계멸망 이후를 폭넓게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멸망을 그린 ‘에코 아포칼립스(Eco apocalypse)’까지 파생 장르 또한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이 가운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와 급격한 지구 생태 변화, 그리고 새로운 자원과 에너지를 찾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문제는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즉, ‘에코 아포칼립스’는 이미 우리 눈앞에 와있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매드 맥스> 시리즈는 문명시대가 종말을 맞은 황폐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자원을 둘러싼 공동체들의 전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매드 맥스> 시리즈는 문명시대가 종말을 맞은 황폐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자원을 둘러싼 공동체들의 전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원고갈과 에너지 문제를 다룬 가장 성공한 SF 블록버스터는, 아마도 <택배기사>와도 가장 많이 비교된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시리즈일 겁니다. 2편인 <맥드맥스2: 로드 워리어>(1981)부터 본격적으로 부족한 석유 자원을 둘러싼 전쟁을 그리고 있는데요, 전쟁으로 세상이 완전히 망해버린 미래에서 시작하는 3편 <매드맥스3: 썬더돔>(1985)에 이르러서는 ‘바터 타운(Barter Town)’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지역 공동체 혹은 문명 도시가 등장합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미래에서 인류의 생활수준은 문명시대 이전의 원시적인 상태의 지구로 돌아갑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난민처럼 정처 없이 사막을 떠돌던 맥스(멜 깁슨)가 발견한 곳이 바로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바터 타운’입니다. 이곳의 지하에는 돼지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바터 타운의 지배자인 엔티티(티나 터너)라는 여왕과 그 발전기를 설계한 지하세계의 마스터(안젤로 로시토)는 대립 관계를 이루며 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에너지를 지배하는 자가 결국 궁극의 권력자가 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대건설이 2016년 준공한 충주 음식물 바이오에너지센터 전경. 현대건설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환경신기술(561호) 인증을 받았습니다

[현대건설이 2016년 준공한 충주 음식물 바이오에너지센터 전경. 현대건설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환경신기술(561호) 인증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오물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이오가스는 산소가 없는 혐기성(anaerobic) 상태에서 다양한 미생물의 반응으로 인해 생산되는 가스입니다. 주로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이뤄진 이 가스는 전기나 도시가스, 수소가스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어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바이오메탄가스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음식물 바이오에너지센터’가 현대건설에 의해 충북 충주에 건설된 바 있습니다. 최근 현대건설은 가축분뇨의 효율적인 처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환경부, 인제군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이 바이오가스화 에너지 시설이 설립되면 인제군의 골칫거리인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 찌꺼기가 에너지 자원이 되는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됩니다. 이 외에도 현대건설은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과 활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에코 아포칼립스’ 악몽을 돌파할 탄소중립과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매드맥스3: 썬더돔>의 ‘바터 타운’이 친환경과 거리가 먼, 아니 이미 망해버린 세상이어서 친환경은 꿈도 꿀 수 없는 여건에서 에너지를 얻어내기 위한 안간힘이었다면, 바로 지금의 바이오가스 발전은 ‘그린가스’의 다른 이름이자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다에서 찾은 미래 에너지


<해운대> <투모로우> 등의 재난 영화는 이상 기후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공포로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해운대> <투모로우> 등의 재난 영화는 이상 기후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공포로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환경문제를 그린 SF영화에서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가장 크나큰 시각적 공포는 바로 해수면 상승입니다. 영원히 평온할 것 같은 우리 곁의 수자원이 세상을 덮쳐버리는 것인데,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2009)에서 봤던 가공할 쓰나미가 대표적입니다. 그보다 앞서 공개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2004)는 이를 과학적 자문에 따라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상학자인 잭 홀 박사(데니스 퀘이드)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기후가 닥칠 것을 감지하고, 얼마 후 국제회의에서 지구의 기온하락에 관한 연구발표를 하게 되죠.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의 주장은 비웃음만 사지만, 그 재앙은 곧 현실이 되고 맙니다. 


<투모로우>가 해수면 상승에 따른 대재앙에 맞서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면, 그보다 훨씬 전인 90년대에 만들어진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워터월드>(1995)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모두 녹아 육지가 대부분 물에 잠겨 사라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배 위에서 생존하고 있는 미래 세계가 배경입니다. 인류가 <투모로우> 같은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끔찍한 가정 하에 전 세계가 물에 잠겨버린, 이미 끝나버린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가까스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스스로 고철로 엮은 인공섬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집단 스모커들에 의해 끊임없이 생존 위협을 받고 있고, 마리너(케빈 코스트너)가 그런 표류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떠오릅니다. 


어쩌면 해양플랜트 산업이 지금처럼 인식되지 못한 시절에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오히려 <워터월드>는 지금 시점에 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여기서 가장 귀중한 자원은 뜻밖에도 지구가 갑작스레 ‘물의 행성’이 되면서 얼마 남지 않은 ‘흙’입니다. 영화에서는 한 줌의 흙을 구하고자 살인과 약탈이 공공연히 벌어집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그 흙이 새로운 문명을 일구기 위한 마지막 자원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 시선으로 보자면 흙이 아니라 영화에서 넘쳐나는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해수담수화를 비롯한 해양 플랜트를 통해 전혀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즉, <워터월드>를 이제 와 30여 년 만에 리메이크한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란 얘기죠.


현대건설이 시공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전경. 현대건설은 국내 최대 실증사업으로 꼽히는 이 프로젝트에서 재킷식 기초구조물 18기를 제작하고 3MW 풍력발전기 20기를 운반, 설치했습니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전경. 현대건설은 국내 최대 실증사업으로 꼽히는 이 프로젝트에서 재킷식 기초구조물 18기를 제작하고 3MW 풍력발전기 20기를 운반, 설치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내 건설업계 처음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현대건설은 친환경 에너지 발전설비 건설을 뛰어넘어 소규모 전력 중개 및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직접PPA*), 가상발전소 기술(VPP, Virtual Power Plant) 등 전력중개거래사업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특히, 대형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일괄적으로 송배전하는 화석연료와 달리 각지에 분산돼 소규모로 생산된 전기를 모아 공급하는 신재생에너지는 더욱 효율적인 운영·관리 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풍력, 태양광, 수소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한 에너지원과 함께 탈탄소에 입각한 현대건설의 의욕적인 에너지 전환 신사업 행보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RE100이행을 원하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PPA)를 체결해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매드맥스3: 썬더돔>에 등장하는 거대한 ‘바터 타운’이나 혹은 조지 밀러 감독이 30년 만에 만든 4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에서 모든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거대 도시 ‘시타델’처럼 거주지가 한 곳에 집약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공섬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미래형 도시라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그들을 이어주는 분산형 송배전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서산 태양광 발전소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등을 통해 플랜트·에너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미 내고 있는 현대건설이라면, <워터월드>의 주인공 마리너가 새로이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다 해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인류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에서는 지난 20세기에 인류가 범한 잘못으로 인해 대기 오염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지구가 등장합니다. 그 어떤 희망도 없어 보이는 미래였지만, 시공간에 불가사의한 틈이 열리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탐험을 시작해야 하는 임무가 지워지죠.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이 영화의 명대사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연구와 탐험을 멈추지 않았던 인류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친환경 미래 에너지를 향한 꿈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글. 주성철

영화잡지 <키노> <필름2.0>을 거쳐 <씨네21>에서 편집장으로 일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우리시대 영화장인> <데뷔의 순간>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SBS <접속! 무비월드>, JTBC <방구석1열>을 거쳐 현재 OCN 영화 프로그램 <오씨네>와 유튜브 <무비건조>에 출연 중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현대건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