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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고 싶을 땐, 대동여주(酒)도를 펼치酒

2020.09.23 2min 0sec

문화칼럼 맛과 풍류를 즐기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민족은 선조 때부터 풍류를 즐길 때 늘 술과 함께 했습니다. 익어가는 곡물처럼 맛과 향이 깊은 전통주는 특히 가을에 제격인데요. 발길 닿는 대로 여행 갈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 전통주를 구매해 각지 특산주는 즐길 수 있습니다. 



극락의 맛, 서울 삼해소주


서울 삼해소주


조선시대 때부터 다양한 시문과 민담집에 등장할 정도로 선조들이 유난스럽게 사랑한 술입니다.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3회에 걸쳐 술을 빚어 최소 36일에서 96일까지 발효시킨 숙성주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주세령으로 명맥이 잠시 끊겼었지만, 88년 서울 올림픽을 맞이해 ‘국가지정 8대 민속주’로 지정·복원됐습니다. 이후 종로구 삼해소주가의 김택상 명인이 후학 양성 및 상품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구수한 곡물과 누룩 향이 어우러져 ‘순후하다’는 평을 받지만 사실 높은 도수의 증류주인 삼해소주(45도). 그 외에도 삼해탁주(18도), 삼해포(50도)가 있습니다.



천년의 역사, 경기 문배주


천년의 역사, 경기 문배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문배주는 40도의 증류주로 문배 과실향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문배'는 토종 돌배로 상큼하고 독특한 향이 있는데, 고려시대 때 임금에게 문배술을 빚은 신하가 가장 높은 벼슬을 얻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풍미가 깊습니다. 메조와 찰수수만을 이용해 만들며 증류 후 1년간의 숙성을 거쳐 완성됩니다. 은은한 문배  향과 높은 도수에 비해 깔끔한 목 넘김, 묵직한 바디감이 감칠맛을 더하는 문배주는 경기 김포의 명인 이승용씨가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불로장생의 비법, 충남 인삼주


불로장생의 비법, 충남 인삼주


백제 시대부터 제조됐다고 구전되는 금산 인삼주. 1399년 이조판서를 지낸 김문기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와 현재 16대손 김창수 명인이 이어 술을 빚고 있습니다. 금산 인삼주는 약효가 뛰어난 5년근 이상의 인삼을 저온에서 발효시켜 생산하는데, 흔히 알고 있는 인삼주(인삼 자체에 소주를 부어 완성하는 침출주)와는 전혀 다른 제조법으로 만들어집니다. 쌀과 누룩에 인삼을 분쇄해 넣는 것이 특징이며 몸에 좋은 무기질, 비타민 등의 성분이 함유됐습니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금성면 물탕골의 천연 암반사를 사용해 술맛이 더 깊습니다.



조선 3대 명주, 전라도 이강주


조선 3대 명주, 전라도 이강주 


조선시대 주요 행사에 등장한 이강주는 조선 중기부터 빚어온 한국의 전통 민속주입니다. 소주에 배와 생강을 혼합해 만든 고급 약소주로 1947년 발간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명기된 조선 3대 명주 '이강고'를 계승한 술입니다. 이강주만의 깔끔하면서도 매콤한 술맛은 생강, 계피, 율금 추출액과 마지막으로 꿀을 넣어 1개월 이상 숙성하는 것이 비법인데요. 오래 둘수록 향이 은은해지고 둥근 맛을 냅니다. 강한 알코올이 부담스럽다면 시원하게 마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빚은 제주 오메기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빚은 제주 오메기술


입안에 감기는 과실향과 적당한 산미로 입맛을 돋구기에 안성맞춤인 제주 오메기맑은술. 2019년도 한국·칠레 정상회담의 만찬주로 소개됐습니다. 제주 고유의 토속음식인 오메기떡으로 빚은 전통주로 오메기떡과 누룩, 물을 장기간 발효한 술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곡류의 맛이 일품이며,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미손마을에서 김희숙 명인이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선의 곡차, 경상도 호산춘


신선의 곡차, 경상도 호산춘


신선의 곡차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500년 세월 동안 황희 정승의 후손 종가가 전승하고 있는 전통 가양주입니다. 술주(酒) 대신 봄춘(春)을 쓰는 이유는 춘주(春酒)라는 당나라 유래 명칭으로, 맛과 향이 뛰어난 귀한 술을 의미합니다. 멥쌀·찹쌀·솔잎·누룩·물 다섯 가지 재료만을 가지고 빚기 때문에 제조가 까다롭습니다. 밑술과 덧술을 숙성시켜 만드는 이양 누룩의 미생물 배양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요. 이 때문에 보관 온도와 술잔 모양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청명할 때 마시기 제격, 충북 청명주


청명할 때 마시기 제격, 충북 청명주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이 사랑한 청명주는 하늘이 맑아지는 음력 3월에 마실 수 있는 절기주. 순찹쌀과 재래종 통밀 누룩을 써서 두 번 빚어내며 저온에서 3개월 발효, 3개월의 숙성 기간을 거쳐 완성됩니다. 청명한 황금 빛깔의 술은 적당한 당도와 산미가 더해져 밸런스가 좋습니다. 17도 알코올이 느껴지지 않아 앉은뱅이 되기 십상인 청명주는 현재 충북 무형문화재 김영섭씨가 4대째 이어 빚고 있습니다.



문헌의 술을 복원한 강원도 동정춘


문헌의 술을 복원한 강원도 동정춘

 
동정춘은 <임원십육지> 문헌에 기록이 남아있던 술로, 한의학을 전공한 안병수 대표가 복원했습니다. 쌀과 물의 비율이 10대 1로, 일반적인 전통술과는 다르게 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빚기 어려운 술입니다. 인공첨가물 대신 자연발효로 얻어진 술의 향과 맛이 일품이며 농도가 진해 요구르트를 마시는 느낌도 듭니다. 알코올 도수는 8도로 낮은 편이지만 쌀이 많이 들어가 풍미가 매우 깊고 목 넘김에 반전 매력이 있는 막걸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