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보하는 문명의 바로미터, 세계박람회 1851 & Now

2023.08.08 4min 10sec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인류가 이룩한 업적과 미래 전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박람회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꼽히는데요. 엑스포 유치를 통해 국가 위상을 뽐내고 막대한 경제 파급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많은 나라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민들의 염원 속에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현대자동차그룹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필두로 국내외에서 쌓아온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세계박람회 유치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과거 정주영 선대회장이 뚝심으로 ‘1988 서울올림픽’ 유치에 앞장서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누볐듯이 현대 특유의 도전정신이 부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글=이희정 



[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8월부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전담 조직(TF)을 꾸리고, 적극적인 홍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영상은 게시 석 달 만에 1억뷰를 돌파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 



세계박람회의 역사…동서양 신문물 교역의 장 


에펠탑, 엘리베이터, 전화기의 공통점을 알고 계시나요? 바로 세계박람회를 통해 세상에 처음 선보인 제품이라는 점인데요. ‘경제·문화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엑스포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외교의 무대이자, 최신 산업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박람회는 초창기부터 규모가 크고 화려했습니다. 지금은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라 불리는 ‘올림픽’도 과거엔 박람회의 부속 행사였다고 하네요.  


세계 최초의 박람회는 1851년 영국에서 열린 런던 박람회입니다. 대형 유리 건물로 지은 전시장으로 ‘수정궁 박람회’라고도 불리는 런던 박람회에서는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대형 기중기, 기관차 등 각종 산업용품이 세상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그 후로 필라델피아 박람회(1876), 파리 박람회(1889), 시카고 박람회(1893) 등을 거치면서 수세식 화장실, 전구, 축음기, 자동차, 비행기, 엑스레이, 텔레비전 등 시대를 앞서가는 신문명이 소개됐는데요. 세인트루이스 박람회(1904) 당시 조직 위원장이 “인류의 모든 성과물이 파괴된다 하더라도, 여기 모인 각국 전시물들로 문명을 재건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듯이, 세계박람회는 우리의 문명이 어디까지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왼쪽) 1851년 런던에서 열린 최초의 세계박람회 모습. 수정궁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오른쪽) 프랑스는 1889년 파리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에펠탑을 제작했습니다

[ (왼쪽) 1851년 런던에서 열린 최초의 세계박람회 모습. 수정궁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오른쪽) 프랑스는 1889년 파리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에펠탑을 제작했습니다 ]



한국에서 열린 두 번의 세계박람회…현대건설이 지은 엑스포 명물은?

  

우리나라와 세계박람회의 인연은 고종 때 시카고 박람회(1893)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압도적인 각종 건축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조선 전시실’은 규모는 작았지만 국악·자수병풍·관복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했는데요. 우리나라는 시카고 박람회를 시작으로 파리 박람회(1899), 시애틀 박람회(1962), 몬트리올 박람회(1967) 등에서 한국의 미를 담은 전통공예품과 각종 공산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100여 년이 흐른 뒤, 우리나라는 대전엑스포(1993)를 통해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1993년 대전엑스포 ‘새로운 도약의 길’


삼각형의 노란 몸에 별 더듬이를 가진 ‘꿈돌이’는 1993년 개최된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펭수’와 같이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주인공으로 종횡무진하며 큰 인기를 모았는데요. 꿈돌이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던 엑스포를 개최하며, 세계 속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대전엑스포는 당초 목표였던 60개국을 훌쩍 넘긴 108개국이 참가했고, 93일 동안 140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엑스포 개최를 위해 대덕 연구단지 일대 27만3000평의 부지에 국가관·기업홍보관 등을 짓고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경부고속도로 확장 공사(수원-창원)가 진행됐는데요. 현대건설도 경부고속도로 서울 기점(32.5km~132.6km) 공사에 참여해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도왔습니다. 또한 엑스포 상징탑과 광장을 연결하는 ‘엑스포 현수교’의 시공도 맡았습니다. 엑스포 현수교는 한국 고유의 전통적·철학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콘셉트로 설계돼 지금까지도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왼쪽) 1993년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꿈돌이와 꿈순이. (오른쪽) 현대건설이 93년 7월 준공한 ‘엑스포 현수교’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 (왼쪽) 1993년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꿈돌이와 꿈순이. (오른쪽) 현대건설이 93년 7월 준공한 ‘엑스포 현수교’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대전엑스포 개최 이후 19년 만에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린 여수세계박람회는 105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했습니다. 인구 30만 명의 소도시 여수는 3개월여 동안 관람객 800만 명을 유치하고, 해양 레저·관광·문화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인연이 깊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여수엑스포 명예유치위원장으로서 지구 세 바퀴에 해당하는 12만6000km를 누비며 여수엑스포 유치에 큰 공헌을 했는데요. 당시 현대건설도 빅오(Big-O), 한국관, 주제관, 국제관, 현대차그룹관 등 주요 시설물을 비롯해 각종 인프라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현대건설은 엑스포 주제에 걸맞은 친환경 시설물 건립에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그 중에서 한국관은 태양광·태양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와 수소연료전지를 도입해 최우수(그린1등급)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았습니다. 또한 높이 47m의 O자형 구조물인 빅오는 여수세계박람회의 랜드마크 건축물로, 바다를 배경으로 분수쇼와 야간 멀티미디어 쇼를 볼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현대건설은 이 구조물을 짓기 위해 ‘해상구조물 가설공법(Heavy-Lifting)*’을 자체적으로 고안, 4개월 이상 공기를 단축하고 해상장비 동원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해상구조물 가설공법: 육상에서 포디엄(설비·장비들이 집약된 해저 하부공간)을 제작한 뒤, 가시설과 유압잭 시스템을 이용해 수상에서 해저로 수직하강, 안착시키는 공법.


여수세계박람회

[ (왼쪽)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여수세계박람회 전경. (오른쪽) 주제관은 박람회의 메인 테마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구현하는 핵심공간입니다 ]



Busan is Ready…부산이 2030년에 선보일 탄소중립 도시


다시 2030 세계박람회로 돌아와 볼까요.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우리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가 3파전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11월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투표로 확정될 예정입니다. 세계박람회는 통상 5000만 명의 관람객이 개최국을 방문하고, 61조원에 달하는 경제 파급효과가 뒤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약 6개월의 개최 기간 동안 보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유치 효과는 환산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또한 주요국들이 자비로 국가관을 건설하는 까닭에 건설·설계·물류 등 관련 시장도 큰 수혜를 입을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해(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라는 주제 아래 탄소중립 기술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박람회 개최지로 ’부산 북항‘을 선정한 것도 환경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도심 외곽 공터를 개발하는 과거의 박람회장 구축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과 박람회장 건설을 연계할 방침인데요. 우리나라는 이를 위해 2단계에 걸친 북항 재개발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국제여객터미널, 해안조망대 등을 짓는 1단계에 이어 박람회 유치가 확정되면 2단계 개발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북항 재개발 조감도

[ 박람회의 개최지인 북항 재개발 조감도. 도시재생사업이 마무리 되면 부산은 세계적인 해양도시로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부산항만공사 ]


또한 박람회장 앞 바다에는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와 협력해 세계 최초의 해상도시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해상도시는 부산만의 차별화 전략이기도 한데요. 그 단초가 될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서울대학교, 건설기술연구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은 국책과제인 ‘다목적 해상 부유식 인프라 건설기술 개발’을 통해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해상도시 조성을 앞당기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현대건설은 해상도시의 ‘땅’에 해당하는 부분, 즉 부유식 구조물을 모듈화하고, 더욱 안전하게 짓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셔닉스 부산’ 개념도

[ 2030년 부산항 북항 앞바다에 세워질 예정인 해상도시 ‘오셔닉스 부산’ 개념도. ⓒoceanix ]


이 밖에 사업비 7조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등을 비롯해 매머드급 SOC(사회기반시설) 사업도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최근 현대건설이 체결한 ‘승학터널 민간투자사업’도 그 일환입니다. ‘승학터널’은 엑스포가 개최되는 북항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30분대로 연결하는 핵심 교통망인데요. 박람회와 별개로 터널이 개통되면 지역 균형 발전과 교통난 해소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돼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박람회 유치를 향한 도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듯, 모두의 염원이 꼭 이루어져 세계 속에서 우리의 청사진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길 바래봅니다. 2030 세계박람회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드는 지름길이 되길 바라며, 현대건설도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