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 칼럼 ⑨] 글로벌 AI 패권 전쟁, K-인공지능이 현대건설과 손잡은 까닭은?

2023.12.01 5min 4sec


‘문명을 만드는 기술’로 불려온 건설은 사회의 존속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핵심 역량과 기술은 어떠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요? 현대건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이를 진단해보는 칼럼을 기획 연재합니다.


AI



■ 챗GTP에서 입주민 건강케어까지


지난 9월 현대건설은 네이버클라우드와 ‘AI 및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주거모델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두 회사는 아파트 전용 인공지능(AI) 건강관리 플랫폼과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해 입주민의 건강 생활을 지원할 계획인데요. 네이버클라우드가 올해 공개한 초대규모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는 어떤 AI보다 방대한 한국문화, 한국어 데이터를 토대로 하고 있어 양사의 만남은 입주민에게 양질의 대화형 AI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를 흔든 ‘챗GPT’ 열풍이 진화를 거듭하며 산업 생태계를 바꾸고 있습니다. ‘챗GPT’는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공개되자마자 일종의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퍼질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저마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개발해 연구실과 병원은 물론 건설사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오픈AI: 2015년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만이 구글의 폐쇄형 인공지능에 대항하기 위해 비영리로 사업을 시작한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사. ChatGPT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전 세계적인 AI붐을 몰고 왔습니다.



■ 인공지능 명작(作名)에 등장한 낙타과 동물 릴레이


AI


‘챗GPT’에서 챗은 ‘대화(chat)’를 의미하고,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라는 뜻의 영문 약자입니다. GPT의 기원은 구글입니다. 마지막에 붙은 단어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가 구글이 2017년에 처음 발표한 논문에 등장하는 신경망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신경망은 인간의 뇌처럼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인간은 눈으로 들어온 시각정보를 신경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신경세포들이 눈에서 뇌까지 일렬로 이어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수많은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얽혀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을 거칩니다. 마찬가지로 ‘트랜스포머’ 역시 문장 속 단어와 같은 데이터들의 관계를 추적해 순차적 맥락과 의미를 학습합니다. 


‘챗GPT’도 언어모델의 일종입니다. 언어모델은 구글의 ‘트랜스포머’처럼 하나의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오는 게 좋을지 적절한 단어를 통계적·확률적으로 예측합니다. 언어모델의 답변은 주어진 데이터에 따라 달라집니다. 때문에 더 많은, 더 정확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답변도 좋아집니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저마다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개발 경쟁에 나선 이유입니다.


‘챗GPT’는 대중적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후발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메타(Meta, 옛 페이스북)는 지난 7월 최신 LLM인 ‘라마2(Llama2)’를 공개하고,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오픈소스를 제공했습니다. 사용자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료만 내면 ‘라마2’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세계 곳곳에서 ‘라마’를 개선한 AI를 내놓았습니다. 낙타과(科) 동물인 라마를 계승했다고 하여 이름 역시 ‘알파카’, ‘비쿠나’ 같이 낙타과 동물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업계는 과거 구글이 아이폰과 경쟁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처럼, 메타도 비슷한 방식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메타가 지난달 공개한 메타 스마트 글래스인 ‘레이밴 스토리(Ray-Ban Stories) 2’의 홍보영상. 299달러로 출시되는 이 스마트 글래스에는 “Hey Meta”라는 명령어를 사용해 메타 AI와 대화가 가능합니다 ]


메타는 10월에 자체 개발한 대화형 AI인 ‘메타 AI’를 공개했습니다. ‘챗GPT’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인스트그램과 왓츠앱, 메신저 등 메타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텍스트 입력으로 구동되는 AI 비서입니다. SNS에서 대화하다가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이제 ‘메타 AI’가 즉시 대답해주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 MS, 구글, 애플에 이어 국내 기업도 경쟁


AI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구글의 대화형 AI인 ‘바드(Bard)’는 확장판에서 구글의 메일, 드라이브, 지도, 유튜브와도 실시간으로 연동이 되도록 개선했습니다. ‘바드’는 생성뿐 아닌 추론 능력도 지원이 되기 때문에 이메일 찾기나 쓰기, 스케줄 알림, 쇼핑 목록 정리 등의 업무 외에도 “이번 주에 놓친 중요한 이메일을 알려줘”나 “드라이브 문서들의 핵심 내용을 알려줘” 같은 질문에도 답을 합니다. 물론 유튜브에서 필요한 영상을 찾거나 지도에서 길을 찾는 것도 대화로 물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전 세계 AI 기술 경쟁을 촉발했습니다. 검색엔진 ‘빙(Bing)’과 문서 도구 등 모든 자사 제품에 AI 챗봇을 탑재하며 오픈AI와 함께 이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S는 최근 경쟁사인 메타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어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글로벌 개발 현황 LLM모델명 대화형 AI 서비스 Google 팜2(PaLM2) 바드(Bard) 구글의 메일, 드라이브, 지도, 유트브와도 실시간연동 및 지원 Microsoft GPT-4 빙(bing) Meta 라마2(Lalama2) 메타AI  전략적 제휴 메타의 SNS와 Bing 검색 연동 NAVER 하이퍼클로바X 클로바X 검색의 물론 기관, 기업 등 B2B시장 공략


AI와 거리를 뒀던 애플도 자체 LLM 개발을 위해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습니다. 선두주자인 구글, MS가 대규모 AI 개발 경쟁을 벌이는 것과 달리, 애플은 아이폰에 특화된 LLM 기술을 개발한다는 전략입니다. ‘챗GPT’ 같은 대규모 LLM 모델은 클라우드 방식으로 외부 서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안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LLM 크기가 줄면 그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애플의 생각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열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7월 초대규모 AI ‘엑사원 2.0’을 공개했습니다. 네이버는 8월에 자체 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죠. 세계적인 AI 석학인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7월 방한한 자리에서 네이버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된 초대규모 AI를 자체 개발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습니다. 카카오도 곧 LLM인 ‘코GPT2.0’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국산 LLM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가 사용한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가 ‘챗GPT’보다 더 크다고 밝혔습니다. 파라미터는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입니다. ‘챗GPT’는 오픈AI가 2020년에 내놓은 ‘GPT-3’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어서 ‘GPT-3.5’로도 불리는데, 여기에 들어간 파라미터는 1,750억 개입니다. ‘하이퍼클로바X’의 파라미터는 3,000억~4,000억 개로 추정됩니다. 네이버는 ‘챗GPT’와 유사한 대화형 AI인 ‘클로바X’도 공개했습니다. ‘클로바X’는 국산 AI답게 특히 한국어 정보를 ‘챗GPT’보다 6,500배 더 많이 학습했습니다. 한국어 정보에 강한 대화형 AI라는 말입니다. 



■ AI, 이제는 의료 분야까지 확장


AI는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정보를 학습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냈죠. 구글의 딥마인드*는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1분 안에 10일 뒤 날씨를 예측하는 AI를 발표했습니다. 40년간 기상 분석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입니다. 이 AI는 지난 9월 캐나다에 상륙한 허리케인을 무려 9일 전에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기상청은 6일 전에 이 허리케인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딥마인드(Deepmind): 2010년 영국에서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셰인 레그(Shane Legg),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 세 명이 창업한 AI 연구회사로, 2014년 구글에 인수되었고 국내에서는 이세돌과의 바둑대결로 유명해진 알파고(AlphaGo)를 만든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AI


AI의 능력은 특히 의학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입니다. 2억 개가 넘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했는데, 사람이 한다면 하나에 몇 년씩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알파폴드와 같은 AI를 이용해 컴퓨터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엄청난 속도로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약 개발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환자 진단에도 이미 AI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미지를 학습해 이미지 분석에 탁월한 점을 활용했습니다. 국내 업체인 루닛(Lunit Inc.)은 자체 개발한 유방암 진단 AI와 전문의 1명이 결합하면 전문의 2명보다 암을 더 많이 발견한다고 밝혔습니다.

 

AI는 신약후보물질 발굴과 환자 진단에 이어 맞춤형 신약 개발도 이끌고 있습니다. 환자가 쓰는 약이 얼마나 잘 듣는지 진단하면서 그 정보를 토대로 그에 맞는 신약까지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특정 약물이 안 듣는 환자를 모아 특성을 분석하고 그들에 맞는 약물을 개발하는 식입니다.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려면 정보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사람들이 평소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환경에 있는지부터 어떤 병을 앓았고 치료과정이 어땠는지 종합 분석할 필요가 있죠. 미국에서는 이를 위해 전국의 환자 정보를 모아 적절한 병원과 연결하는 인터넷 가상 암센터도 세워졌습니다.

 

AI 및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주거모델 개발 협력을 위한 네이버클라우드-현대건설 MOU 체결

[ 현대건설은 지난 9월 현대건설 본사에서 현대건설 박구용 기술연구원장(가운데)과 네이버클라우드 임태건 영업총괄상무(왼쪽),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오른쪽)이 참여한 가운데 AI 및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주거모델 개발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


때문에 현대건설의 ‘AI 및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주거모델 개발’ MOU는 AI기술이 의료와 주거를 접목해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협약식에는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가 함께 했으며, 현대건설은 이번 협약을 통해 AI가 입주민의 건강검진 결과 실생활 데이터 및 실내 환경 상태까지 분석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은 물론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안하는 주거형 AI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화형 AI는 일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데 효율적인 수단입니다. 네이버헬스케어는 이미 ‘하이퍼클로바X’에 의료 솔루션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병원 예약부터 진료 기록과 분석은 물론, 집에서 치료에 필요한 생활 정보까지 안내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짓는 아파트 입주민의 건강, 환경 정보가 결합된다면 AI가 질병 예방부터 진단, 치료, 회복까지 전방위적 서비스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6월에도 미국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마크로젠 등 생명공학·유전자 검사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유전자 분석과 연계한 최첨단 헬스케어 서비스 기반을 구축한 바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AI 기반의 헬스케어 기술이 적용된 ‘올라이프케어 하우스’는 입주민의 건강과 삶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미래형 주거모델로서 주거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대한민국 주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현대건설이 보여줄 또 다른 혁신이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글. 이영완

동아일보와 동아사이언스를 거쳐 조선일보에서 19년간 과학기자로 일하다가 2022년 9월 조선미디어그룹의 인터넷 경제매체인 조선비즈로 자리를 옮겨 과학에디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27∼28대 회장을 지냈으며, 과학기술부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한국과학기자협회 올해의 GSK 의과학 기자상,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창의보도상,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등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수료했으며, 미 하버드대 의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3D 프린터와 줄기세포를 결합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현대건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