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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3월] 사막에 피어난 장미

2024.03.15 2min 39sec

[그해 3월] 사막에 피어난 장미

#카타르 국립박물관



[그해 3월] 사막에 피어난 장미 #카타르 국립박물관


2019년 3월, 카타르 도하 중심지에 카타르 국립박물관이 개관했습니다.

카타르 자연과 전통 유산 그리고 도시의 문화를 기록하고 있는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직선과 직각이 거의 없는 기하학적인 형태로 세기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사막의 장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습니다.


현대건설은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 하마드 메디컬시티 2단계 공사 등 그동안 탄탄하게 쌓아온 카타르 시공 포트폴리오와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2011년 카타르 국립박물관을 수주했는데요.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의 총 면적 4만6596㎡, 서울 국립중앙박물관과 비슷한 규모의 비정형적인 박물관을 약 8년만에 준공했습니다. 



 공간도 전시관이 되다 


"박물관에서 고대현대를 모두 경험할 수 있게"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치권을 따낸 카타르는 “소프트파워 문화강국”을 국가비전으로 삼았는데요, 카타르 국립박물관 건축은 그 중 하나로 국가적 관심이 높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이자 카타르 박물관청 수장인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는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을 콕 찍어 카타르 국립박물관 설계를 요청했습니다. 


“컬렉션을 위한 쇼케이스가 아니라, 박물관에서 고대와 현대를 경험할 수 있게 해달라”


장 누벨은 방문자들이 박물관을 통해 카타르의 고대부터 현대의 역사가 녹아 있는 지형을 느끼게 하기 위해, 카타르의 원시적 자연, 바다에 접한 사막에서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습니다. 바로 ‘사막의 장미(Desert Rose)’입니다.

사막의 장미는 장미 모양의 모래 덩어리인데요, 카타르 북동부 지역의 소금기가 있는 사막에서 수분이 증발해 형성되는 매우 희귀한 결정체입니다. 카타르에선 “행운의 상징”으로 통합니다. 


사막의 장미(Dessert Rose)



도시에 피어난 사막의 장미 

"직선 없는 건축물"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사막의 장미처럼 원형판(disk)이 서로 끼워진 형태입니다. 

수직과 수평을 이룬 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면이 사면으로 되어있어, 원 모양이 제멋대로 엉킨 사막의 장미와 비슷합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박물관 내부도 원형판 모형 그대로로, 실내 어디서든 뜨거운 햇빛을 막아줍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 카타르 국립박물관 내부의 비정형 벽체와 천장 ]



"40°C를 견디는 3000톤의 꽃잎"

최대 지름 87m인 원형판이 꽃잎의 역할을 합니다. 원형판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개의 패널을 퍼즐처럼 맞춘 형태입니다. 총 316개의 원형판에 두께 4~6cm의 콘크리트 패널 조각이 7만 6천장 사용됐습니다. 

3천 6백개의 틀을 통해 모양과 크기가 각각 다른 패널 7만 6천장, 무게만 총 3천 톤에 달합니다. 

현대건설은 패널의 위치를 헷갈리지 않도록 패널마다 바코드를 부착했는데요, 바코드를 찍으면 몇 번 원형판 어느 부분인지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꽃잎 하나를 완성하는데 4개월 이상 소요될 만큼 정교한 기술을 요구한 작업이었습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 콘크리트 패널 확대 모습. 콘크리트 패널 조각을 맞춰 만든 원형판이 서로 맞닿아 끼워진 형태 ]




Q. 왜 콘크리트로 만들었나요?


사막 날씨를 이겨 낼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일교차가 20°C 가까이 되는 중동 지역에선 진흙이나 벽돌로 두껍게 지어진 건물이 많은데요. 낮에는 태양열이 실내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고, 저녁엔 벽체에 달궈진 열이 실내로 전달돼 건물 내부를 따뜻하게 해줍니다. 현대건설은 돌 성분을 가진 콘크리트를 선택했는데요. 패널을 조각해 콘크리트의 수축과 팽창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두께도 가장자리가 점점 얇아집니다. 


+ 행운의 상징인 사막의 장미를 표현하기 위해 모래색을 입힌 콘크리트를 썼습니다. 




Q. 일반 콘크리트와 같은 것인가요?


곡면을 시공하는데 작업공정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섬유 보강 콘크리트(FRC, Fiber Reinforced Concrete)를 사용했는데요. 쉽게 말하면 유리 섬유를 콘크리트에 섞은 것입니다.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성*이 높은 FRC가 곡면을 채우는데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강성: 재료가 변형에 저항하는 정도로, 유연성을 칭한다. 




 어떻게 지었을까요?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원형판이 지붕도 되고 벽체도 되는 특이한 구조인데요. 그만큼 실내공간의 유연성이 적어지면서 보다 정확한 구조 설계가 필요했습니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전례 없는 비정형 건축물을 짓기 위해 3차원 빌딩정보시스템(3D BIM·3 Dimension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건축 전 과정에 도입했습니다. 먼저, 건물의 3차원 모형을 통해 현장 직원들은 설계 도면의 오류를 미리 파악했는데요, 시공 오차를 줄이고자 본 공사 전 실제 건축물을 1/3 크기로 축소한 사전건축물(Mock-up)도 제작한 뒤 각종 품질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덕분에 현장은 기술적·구조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공사 3~4년 정도 진행됐을 때 현장에 방문한 건축가 장 누벨은 자신의 설계도가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3차원 모델을 토대로 시설물의 전체 생애 주기에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의 형상, 속성 등을 포함한 디지털 모형.



 카타르 국립박물관 시공 현장 타임슬립 


1. 터파키 2. 골조/철골 공사 3. 섬유 보강 콘크리트(FRC) 패널 작업 4. 섬유 보강 콘크리트(FRC) 패널 후반 작업 및 인테리어 공사 5. 준공 (2019)


3D BIM을 통해 구조 설계의 정확성을 높인 다음 철골로 구조체를 세운 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FRC 패널 원형 철골에 붙입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 원형판의 철골 작업 ]


바다와 인접해 있어 70~80%에 육박하는 높은 습도, 50°C가 넘는 폭염의 날씨뿐만 아니라 발주처의 지속적인 설계 변경과 물자 조달의 어려움에도 현대건설은 높은 난이도의 비정형 건축물을 완벽하게 준공했습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을 다녀온 사람들은 “카타르 국립박물관에서 촬영한 모든 사진이 작품”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어느 각도에서든 사막의 장미의 꽃잎과 동그란 처마 끝에 드리운 그림자, 하늘 한 조각이 한 프레임에 선명하게 담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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