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쁘니까 사는 책들

2020.08.26 1min 24sec

내용만 좋다고 읽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선 눈길이 머물러야 하고 SNS에 사진을 올려도 될 만큼 감각적이어야 손길이 갑니다. 진정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라면 표지를 새롭게 구성하는 리커버가 기본이 된 지금.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표지를 입은 책들을 만나볼까요.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저│기드온 루빈 그림│난다

 

2017년 7월 출간한 박준 시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의 2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출간 후 3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박준 시인의 따뜻한 글이 이스라엘 출신 화가 ‘기드온 루빈’의 작품과 또 한 번 만났습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기드온 루빈은 얼굴 형상이 없는 추상적인 초상화 작업으로 유명합니다. 2020년 리커버 에디션은 동네서점과 인터넷서점 판매용으로 두 가지 버전으로 작업했죠. 두 그림 모두 작품명은 'Untitled'. 기드온 루빈은 박준 시인의 책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고, 2018년 방한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스무해의 폴짝
정은숙 저│마음산책

스무해의 폴짝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출판사 ‘마음산책’이 20주년을 맞아 출간한 인터뷰집으로 ‘스무 해를 도약대로 폴짝 뛰고 싶은 마음’을 표지로 표현했습니다. 김연수, 김중혁, 신형철, 정이현 등 20명의 문인을 정은숙 대표가 직접 인터뷰했는데요. 정 대표는 도약이란 의미로 작가 20명에게 각기 다른 운동화를 선물하며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표지는 ‘나노’ 작가의 그림, 본문 사진 및 디자인은 마음산책 디자인팀이 작업했습니다. 마음산책은 띠지를 쓰지 않은 출판사로도 유명합니다.


아무튼 하루키
이지수 저│김참새 그림│제철소

아무튼 하루키 
‘아무튼 시리즈’의 26번째 에세이. 어린 시절 하루키의 문장에 이끌려 번역가가 된 이지수 작가의 첫 책입니다. 중학생 시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하루키 월드에 처음 발을 들인 저자는 어느덧 30대 중반의 일본어 번역가가 되어 언젠가 하루키의 책을 번역할 날을 꿈꿉니다.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도 흥미롭게 읽히는 책. 표지 그림은 JTBC 드라마를 비롯해 박원, 페퍼톤스 등 개성 있는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작업한 인기 작가 ‘김참새’의 작품입니다.


Pink Book
케이 블레그바드 저│정수영 역│석윤이 디자인│덴스토리(DENSTORY)

Pink Book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북디자이너 중 한 명인 석윤이 그래픽디자이너가 작업한 책입니다. 저자 케이 블레그바드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 그는 <Pink Book>을 통해 역사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잇 컬러’로 자리 잡은 ‘핑크’를 탐색합니다. 빨강과 하양 사이의 색, 하지만 문화적 의식 없이 색 자체만으로 인식하기는 어려운 색 ‘핑크’의 색다른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여름의 잠수
사라 스트리츠베리 지음│이유진 옮김│ 사라 룬드베리 그림│위고

여름의 잠수 
책장에 올려놓기만 해도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입니다. 스웨덴의 대표적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 최종 후보작(2019)으로 이름을 올린 <여름의 잠수>는 마음의 병으로 깊은 슬픔에 잠긴 아빠와 이를 이해해 보려는 딸 소이, 그리고 소이와 여름 한철을 함께 보낸 친구 사비나의 이야기인데요. 책을 잘 만들기로 소문난 ‘위고 출판사’가 오랜만에 출간한 그림책입니다.


글=엄지혜 <채널예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