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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유혹, Real Chocolate

2022.02.14 2min 41sec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 스스럼없이 먹다가도 살이 찔까, 건강에 유해하진 않을까 걱정도 되는 초콜릿. 초콜릿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발렌타인데이초콜릿


밸런타인데이면 왜 초콜릿을 선물할까?

본래는 그리스도교의 성인 밸런타인(St. Valentine) 주교를 기리는 축일로, 그 전통이 유럽 가톨릭이나 영국 성공회, 루터교회 등에 남아 있죠. 연인들을 위한 로맨틱한 이야기와 결합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영국에서부터인데요. 영국에서는 연인들이 밸런타인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의미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기원은 서양 민간 전설로 2월 중순경 새들이 짝짓기를 시작한다는 것에 의거한다고도 하나 그 유래는 확실치 않습니다.

유럽은 워낙 수제 초콜릿의 역사와 전통이 길고, 일상생활이나 특별한 날 초콜릿을 먹고 선물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우니 이렇게 로맨틱한 날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이 이상할 게 없는데요. 우리나라 밸런타인데이는 일본을 통해 소개됐으며, 일본 제과회사의 선전에 따라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전해졌습니다. 


단맛보다는 과용이 위험하다!

“초콜릿, 살찌지 않나요? 건강 때문에 먹기 망설여져요.”

1994년부터 8년간 벨기에에서 초콜릿 기술을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초콜릿 기술자로 사는 14년 동안,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인식이 조금 바뀌었지만 처음 한국에 공방을 열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초콜릿에 대한 강력한(?) 편견 속에서 어찌 초콜리티어(chocolatier, 고급 초콜릿 원료를 가공해 다양한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자)라는 직업을 선택할 용기를 냈는지 신기합니다. 

초콜릿이 편견과 오해에 싸여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설탕 때문입니다. 적도 부근의 열대 우림지역(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산되는, 원숭이도 쓰고 떫어 뱉어버린 카카오빈에 달콤한 설탕을 섞자 사람들은 열광했는데요. 쓰고 쌉싸름하면서도 매혹적인 향기가 나며,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이 검은 덩어리를 만들어 놓고 ‘초콜릿’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니 초콜릿에서의 설탕은 주연(카카오)만큼이나 중요한 조연입니다. 

초콜릿을 이해하려면 먼저 초콜릿에서 설탕이 조연으로서 얼마나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일반인을 위한 초콜릿 일일 체험 클래스를 진행할 때면 반드시 성분표시부터 확인하도록 합니다. 카카오와 설탕의 비율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고급 초콜릿일 경우 ‘다크 초콜릿 50%’는 카카오가 50% 들어 있고 나머지 50%가 설탕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말만 들으면 “어머나 설탕이 반이나 들었다고요?”라며 깜짝 놀라지만, 먹어 보면 그동안 먹어 왔던 초콜릿에 비해 달지 않고 그 맛과 향이 풍부해 놀라게 되죠. 오히려 설탕이 30% 들어 있는 다크 초콜릿 70%를 먹으면 쓰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크 초콜릿의 카카오 함유량은 자신의 기호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양산 초콜릿은 대부분 설탕 함유량이 80% 이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놀랍니다. 단순히 설탕량만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는데, 나머지 성분, 즉 카카오의 품종이나 가공 품질, 첨가물 등을 자세히 살피자면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초콜릿의유혹


단맛은 ‘본능의 맛’입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당분으로 전환되어 에너지로 쓰이며 특히 뇌는 당분 공급이 잠시라도 중단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단 게 당긴다는 건 뇌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생명보존을 위한 본능적인 작용입니다. 단맛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뭐든 지나치게 섭취하거나 잘못된 식습관이 위험합니다. 건강이 염려스럽다면 식사량을 줄이거나 먹은 만큼 움직이거나 걱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어떨까요. 그래도 초콜릿의 설탕이 꺼림칙하다면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을 선택하거나 같은 중량 대비 당 함유량이 월등히 높은 양산 초콜릿, 가공주스, 향 첨가 우유, 스포츠 음료, 외식 등을 멀리하는 게 건강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초콜릿을 먹으면 젊어진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빈에는 철분, 마그네슘,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특히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와인이나 블루베리, 자두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모든 영양적 가치보다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항산화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노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물질인 것입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메소아메리카(지금의 중앙아메리카 일대의 고대문명)에서 그 약리작용으로 열병과 소화불량을 다스리고 16세기 후반 유럽에 상륙해서도 약방에서 원기회복제로 처방해 주는 신비한 약제 취급을 받았습니다. 17세기 영국의 초콜릿 하우스(초콜릿을 마시는 카페)에는 아예 ‘초콜릿 음료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한다… 밭일 하느라 얼굴이 땅콩처럼 갈색으로 변한 아가씨도 최고의 미인이 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노골적인 내용이 적힌 전단지를 뿌렸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일본 제과회사의 초콜릿 광고(1929년 동아신문)에 ‘초콜릿은 활동의 가솔린’이라는 표현이 올라온 걸 보면 카카오가 좋은 성분을 가진 농작물임에는 틀림없나 봅니다. 

좋은 초콜릿이란 카카오 본질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단맛과 조화로워야 합니다. 다크 초콜릿이라고 하면 카카오 함량이 그래도 50% 이상은 되어야 카카오 본질의 영양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콜릿이 주는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려면 카카오 본질을 간직한 맛있고 기분 좋은 단맛을 찾으면 그만이죠. 여기서 주체는 자신의 ‘기호’입니다.


카카오가루


초콜릿 가공 방법이 궁금해요!

카카오빈은 대부분 발효·건조가 끝나면 산지를 떠나 유럽 등지의 초콜릿 가공 공장으로 옮겨집니다. 각 공장은 지향하는 초콜릿 품질과 가격대에 맞는 카카오빈을 구매해 그 수준에 맞는 방법으로 가공합니다. 카카오빈은 로스팅, 탈피, 분쇄, 카카오 버터 분리, 재료 혼합, 정련, 템퍼링, 성형 등 복잡하고 과학적인 공정을 거쳐 초콜릿 완제품이나 원료 형태로 가공됩니다. 그 다음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자(카카오봄에서는 초코리언이라고 부른다)가 각 회사의 원료 중 지향하는 품질, 맛, 가격 수준 등을 고려해 원료를 구입하고 이를 녹여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 한 입 크기의 수제 초콜릿(벨기에식 프랄린)이나 다양한 초콜릿 과자를 만듭니다. 이때 기술자의 재료를 고르는 안목과 양심, 기술, 판매 노하우에 따라 마지막 가공품인 수제 초콜릿의 품질이 정해집니다.


글-고영주 카카오봄 대표(국내 1세대 초콜리티어)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