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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당신은 가까운 사람들과 ‘연결’돼 있나요?

2022.01.26 2min 41sec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마음처럼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것, 바로 ‘말’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 말은 ‘잘’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말하는 노하우.


운영하고 있는 ‘말마음상담소’에서 말과 그 원천인 마음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상담할 기회가 자주 있어요. ‘말의 기술을 배워서 어떻게 사용하고 싶으신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서로의 관계를 내 뜻대로 잘 끌고 오기 위해서’라고 답하시더라고요. 부드럽게 포장돼 있지만, 가족 혹은 주변 동료에게 힘을 휘두르기 위해 말을 한다는 겁니다. 바로 ‘통제의 언어’죠. 물론 통제의 언어가 단기적이고 종속적인 관계,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통할 때도 있습니다. 비난·위협·회유의 말들이 빠른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래 봐야 하는 사이, 혹은 존중과 협력이 필요한 관계, 창의와 도전, 성장이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통제의 언어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부부, 부모-자녀 사이, 동료와의 관계에서 말로 사람을 끌고 다니려고 하면 오히려 관계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의도를 알면 반발하고 거리를 두기 때문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특히 ‘연결의 언어’ 기술을 사용해야 합니다. 마음이 이어질 수 있는 대화로 위로와 격려가 오가다 보면 견고한 관계까지 만들 수 있어요.

남녀가 싸우는 일러스트 

부부 관계 에너지 질문하기
연결의 언어 중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족 간의 대화부터 생각해 봅시다. 먼저 부부 관계입니다. 삼십 년을 함께 살아도 속을 모르는 것이 부부라고 합니다. 특히 상담을 하다 보면 실제로 그런 부부들이 많더라고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에너지 질문’입니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기운나게 하고 에너지를 높일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겁니다. ‘내가 어떤 질문을 하면 이 사람 기분이 좋아질까’ ‘신나게 아이처럼 떠들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세요. 누구나 ‘말 버튼’이 있습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이렇게 질문을 시작해 보세요.

 “여보, 오늘 좋았던 일은 뭐예요?” “당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야?” 이와 같이 부부 사이에서 질문을 되찾아야 합니다. 요즘 돈 고민, 애들 이야기를 빼면 대화가 사라진 가족이 많습니다. 더 이상 서로를 궁금해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소통을 시작해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기분 나쁘게 끝나 버립니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하고 대화가 줄어드는 겁니다. 말수가 적은 중년 남성도 수다쟁이가 되는 주제들이 분명 있어요. 만약 뭘 질문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먼저 상대방을 관찰해 보세요. 에너지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관심에서 발견됩니다. 물론 확인하는 질문, 의심하고 추궁하는 질문은 조심해야 합니다. “당신 오늘 대체 뭐한 거야?” “내가 한 말을 기억하는 거야?”와 같은 질문은 오히려 대화를 망치게 되니 주의하세요!


4인 가족이 화목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의 일러스트

부모-자녀관계 사랑 표현하기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평소 어떤 부모였는지 돌아봅시다. 혹시 자녀의 시험 성적이 좋을 때만 웃는 부모, 뭘 시키려고 할 때만 친절한 엄마, 평소에는 관심 없다가 문제만 터지면 방에 들어오는 아빠는 아니었나요. 자녀들에게는 시험을 망치고, 장난이 짓궂거나 친구와 싸워도 ‘나는 여전히 부모에게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나이가 어린 5살이든 성인이 된 20살이든 똑같습니다. ‘당연한 걸 굳이 말로 해야 아느냐’는 부모도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잘한 것이 없더라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도 ‘사랑’을 말해야 진짜인 겁니다. 평소라면 잔소리를 했을 상황에도 ‘무조건적 사랑’을 표현해 봅시다.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고 주말에 종일 TV를 보는 아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세요. 전보다 시험 점수가 낮거나 도전에 실패한 자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널 사랑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단다”라고 말이죠. 부끄러워할지언정 분명 안심하고 기뻐하는 자녀의 눈빛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조건 없이 그냥 해야 합니다.
가장 훌륭한 부모는 사랑을 회수하거나 협박하지 않으면서도 가르칠 수 있는 부모입니다. 평상시에 충분하게 사랑을 심어 두어야, 중요한 순간에 훈육도 가능하고 자녀가 사춘기를 겪을 때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장 동료 일러스트

직장 동료 관계긍정적 동기 인정하기
마지막으로 회사 동료와의 대화는 어떨까요. 회사는 친목이나 사교를 위한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존중과 다름을 인정하는 법이야 말로 회사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열쇠와도 같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연결의 대화는 ‘긍정적 동기 인정하기’입니다.
얼마 전 회사에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습니다. 근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첫 면담에서 회사의 문제점을 줄줄 읊더라고요. 점심시간, 근무 교대, 업무 프로세스를 지적하는데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얼마 됐다고’ 하는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그러나 부정적인 관점으로는 그 직원과 연결되거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분명 저 직원에게도 이유가 있을 텐데 어떤 마음에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물어봤습니다.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싶은 거죠?”라고 묻자 “네! 저는 이곳이 너무 좋아서 정말 오래 다니고 싶어요.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하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답이었습니다. 만약 ‘요즘 젊은 애들은 왜 그래?’하고 꽁해 있었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마음이었죠.
‘우리 회사에는 사이코가 있어요.’ 제가 상담소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남들하고 달라서 이해가 안 되고, 성격이 이상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회사 업무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더 나아가 동료와 잘 지내고 싶은 것은 동일합니다. 방식과 표현이 다를 뿐이죠. 옆자리의 동료에게도 긍정적인 동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 의견의 차이를 좁히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모든 관계에는 통장 하나가 개설돼 있습니다. 가까이 지내다 보면 수시로 출금이 되지요. 남편이 일찍 오겠다더니 말없이 늦을 때, 부모 몰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 이기적으로 책임을 떠미는 듯한 동료의 행동에 실망스럽기도 하고요. 그러나 평균의 흑자 상태만 유지하면 됩니다. 너와 나 사이에 출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평소에 입금을 늘리세요. 찔끔찔끔 사소하게 말이죠. 에너지 질문을 하고 그냥 사랑을 표현하고, 긍정적 동기를 알아봐 주는 겁니다.


글=김윤나 <말그릇>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