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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⑧] 4인의 거장이 제안하는 지구를 살리는 도시 건축

2023.08.22 7min 6sec

‘문명을 만드는 기술’로 불려온 건설은 사회의 존속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핵심 역량과 기술은 어떠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요? 현대건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이를 진단해보는 칼럼을 기획 연재합다.



■ 계속되는 기후 위기의 징후들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

[ 최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사망자가 100명을 넘긴 가운데, 실종자 역시 850명을 넘어 최악의 인명 피해가 예측되고 있습니다 ]


올여름도 땡볕에 허덕였습니다. 이제 인류는 예년보다 시원한 여름을 맞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하와이 마우이섬은 산불과 허리케인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지역이 초토화됐습니다. 며칠 후에는 캐나다 서부지역에도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14만㎢의 산림이 소실되고 대규모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계속된 대규모 산불의 원인으로는 개발로 인한 지역 생태변화, 정부의 대응 시스템 붕괴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해법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인류의 번영만을 쫓다가 온실가스를 지나치게 배출한 것이 원인인 만큼 탄소 발생을 줄여야 합니다. 탄소 발생이 필연적이라면 최대한 줄여야 하고, 탄소를 배출한 만큼 포집해서 어딘가에 가둠으로써 탄소 발생 제로를 달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한 모든 행위가 이에 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를 포기하고, 이제까지 누렸던 편리함을 반납해야 할까요? 도시가 야기한 문제는 도시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은 놓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 도시’를 선언한 덴마크 코펜하겐처럼 어딘가에서 선구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사례들에 더 귀를 기울이고 희망을 품게 되나 봅니다.



■ 디자인으로 환경을 생각하다: 덴마크, 비야케 잉겔스


덴마크 코펜하겐 풍력발전

[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 도시’를 선언한 덴마크 코펜하겐은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기후 변화에 대응한 덴마크의 노력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습니다. 1973년 석유 파동을 겪은 이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데 집중했지요. 강한 편서풍을 이용한 풍력발전이 주를 이루는데, 2019년에는 전력의 46%를 충당하는 수준이었으며, 신재생에너지 전체를 합하면 그 비율이 현재 전력 대비 71%나 된다고 합니다. 에너지 자립과 더불어 2050년까지 화석 연료 사용을 중단한다는 야심 찬 목표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8 하우스 전경

[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가 덴마크 외레스타드 신도시에 설계한 8 하우스 전경 (출처: 準建築人手札網站 Forgemind ArchiMedia from Taichung, Taiwan, Taiwan by Jens Lindhe.jpg, CC BY 2.0) ]


그러한 가운데 덴마크를 대표하는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가 이끄는 B.I.G(Bjarke Ingels Group)가 외레스타드 신도시에 설계한 집합주택은 환경에 대한 고민이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숫자 8을 닮아 ‘8 하우스’라 불리는 10층 규모의 이 건물은 햇빛이 귀한 북반구의 상황을 반영해 북쪽으로 갈수록 높이가 상승합니다. 덕분에 매서운 북풍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경사로를 통해 전 층을 걸어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자전거를 끌고서도 8층 높이까지 산책하듯 오르내리는 일이 가능합니다. 전체 도로 중 43%가 자전거 도로일 정도로 시민 62%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덴마크이기에 자전거와 한시도 떨어질 수 없도록 설계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이 밖에도 경사진 지붕으로 덮여 있는 잔디와, 지붕과 중정의 녹화 공간을 두어 입주민에게 쾌적함을 제공함과 동시에 도시의 열섬현상을 경감시키기도 했습니다.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 덴마크 출신 세계적 건축가로 2016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잉겔스는 국내에서도 ‘부산-유엔(UN) 해비타트 해상도시’ 콘셉트 디자인 등에 참여한 사례가 있으나 설계와 실제 건축이 이뤄지는 것은 현대자동차 첨단기술 체험센터인 ‘울산하이테크센터’가 국내 최초가 될 전망입니다. 또한, B.I.G는 미국 사막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도시’ 텔로사(Telosa)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 빌딩에 녹색 옷을 입히다 : 이탈리아, 스테파노 보에리 


보스코 베르티칼레

[ 이탈리아의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는 밀라노에 수직 숲 아파트인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를 선보여 자연 미관은 물론 공기정화, 미세 도심 온도조절 등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


그린 시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단어 그대로 도시에 녹색이 가득하게 두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자연의 자리를 훼손하는 회색개발이 아니라 공생을 꿈꿀 수도 있다는 것을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설계한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는 80m와 112m 높이의 타워형 고급 주거빌딩으로, 버티컬 포레스트(Vertical Forest. 수직 숲)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외부로 돌출된 넓은 발코니는 800그루의 나무, 5000그루의 관목, 빌딩 표면을 덮는 1만 1000개의 피복 식물로 빼곡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많은 식물을 심은 것만이 아닙니다. 해가 드는 방향과 발코니의 높이에 따라 어떤 식물을 둘지 3년간의 연구기간을 거쳤습니다. 예상외로 빨리 자라는 식물은 다듬어줘야 하고, 식물과 토양의 무게에 발코니가 버틸 수 있도록 구조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 빌딩은 그늘을 드리우고, 먼지와 소음을 막아주는 편안함을 더했습니다. 이 수직 숲은 밀라노의 도시 미관에 기여하는 랜드마크일 뿐 아니라 초고층 빌딩을 대상으로 하는 엠포리스 스카이스크래퍼 어워드*에서 선정한 10대 건축물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엠포리스 스카이스크래퍼 어워드(Emporis Skyscraper Award)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그해 완공된 1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대상으로 최고의 빌딩을 선정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지난 2015년에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를 10대 건축물중 2위로 꼽았습니다. 


이후 스테파노 보에리는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카이로, 두바이, 중국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꾸준히 도시와 자연이 화해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전개 중입니다. 이탈리아 가로시설물 제조업체인 메탈코(Metalco)를 위해 ‘수페르베르데(Superverde)’라는 모듈형 쉼터를 설계하고, 중국 류저우시에서는 수직 숲을 도시 규모로 확장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인구 3만명이 거주하는 중국의 ‘포레스트 시티’는 100여 종의 식물 100만개와 4만그루의 나무들로 뒤덮인 형태입니다. 건축 또한 자연스러운 지형을 닮아 위성사진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발코니와 옥상 녹화로 인해 이산화탄소 1만톤과 대기오염물질 57톤을 흡수하고, 약 900톤에 이르는 산소를 배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세계 최고의 목조 빌딩 : 노르웨이, 볼 아르키텍터


노르웨이 미에스토르네 호텔의 전경

[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저장하는 나무를 이용해 건물을 짓는 방식도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 목조빌딩인 노르웨이 미에스토르네 호텔의 전경. (출처: Øyvind Holmstad, CC BY-SA 4.0) ]


그린 시티가 되기 위한 또 다른 방편은 친환경 소재로 건물을 짓는 것입니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저장합니다. 목재 1m3당 250kg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그 흡수율을 꾸준히 가져가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생장 이후에는 목재 밀도가 감소하고 동시에 내부 탄소 함량도 50%나 감소합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여 나무 생육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탄소저장 효율은 떨어지고 그간 담아뒀던 탄소를 다시 배출하고 맙니다. 그래서 나무가 일정 수준으로 성장하면 목재로 전환해 탄소 유출을 차단하고, 이산화탄소 흡수가 왕성한 어린 식물들을 가꾸는 일이 선순환이라 하겠습니다. 목조 건물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층 구조에 취약하거나 화재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그간 현대 건축에서 외면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가 내연 기관의 장점을 기술로 극복했듯, 첨단 합성 기술의 힘으로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캐나다에 18층에 해당하는 높이 53m의 기숙사가 지어졌고, 2019년 노르웨이에는 건축 스튜디오 볼 아르키텍터(Voll Arkitekter)가 ‘미에스토르네(Mjøstårnet)’라는 85.4m 높이의 호텔을 지어 세계 최고(最高)의 목조 건축물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비결은 합판의 일종인 CLT(Cross-Laminated Timber)입니다. 나뭇결이 엇갈리도록 쌓아서 압축한 자재는 뒤틀리지 않고, 콘크리트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내열 코팅 처리로 화재에 대처하고, 가구식 접합 구조로 지진의 진동을 상쇄시키는 등 재난 상황에도 장점을 갖습니다. 최근에는 목조 건축의 높이에 대한 도전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 스위스의 ‘로켓 앤 타이거리(Rocket & Tigerli)’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100m 목조 타이틀을 노리고 있습니다. 호주는 콘크리트 기둥과 코어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공법으로 183m의 주상복합을 계획 중이며, 목조 강국인 일본의 스미토모 그룹은 2041년까지 350m 높이에 해당하는 70층 타워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역시도 강철과 목재를 혼용하는 합성 방식으로 기술적인 어려움보다는 기존 건축 방식의 두 배에 달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 녹조를 활용한 바이오닉 아키텍처 : 독일 스플리터베르크와 영국 에콜로직스튜디오


BIQ 하우스

[ 조류로 전력을 공급받는 독일 함부르크에 설치된 BIQ 하우스 (출처: NordNordWest, Lizenz, CC BY-SA 3.0 de) ] 


목재나 수직 조경이 건물에 친환경 겉옷을 두르는 방식이라면, 엽록소를 건물에 이식해 식물과 건축의 구분을 없애는 파격적인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런던의 바틀렛 대학이나 독일의 디자인 회사는 조류(Algae)를 이용해 살아있는 파사드를 구성했습니다. 조류는 강의 녹조나 바다의 적조 현상을 일으키는 그 조류가 맞습니다. 다시마와 미역은 거대 조류이고 건축에서 활용하는 것은 미세 조류입니다. 이 미세 조류를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투명한 그릇에 가두고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면 광합성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열과 산소를 발생시키죠. 탄소는 줄이고, 동시에 건물 운용에 쓰이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조류가 성장하면 이를 바이오매스로 활용하므로 다양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광합성을 기본으로 하기에 ‘광생물 반응기(photo bioreactor)’라고도 합니다. 


이 기술이 실제 주택에 적용된 것은 2013년 함부르크에서 열린 IBA 전시가 처음이었습니다. 스플리터베르크(Splitterwerk)가 15세대를 위한 4층 규모의 건축물을 설계하고, 세계적인 구조설계회사인 에이럽(Arup Group) 등이 협력하여 조류를 건축에 결합하는 기술적인 해결법을 모색했습니다. 조류로 전력을 공급받는 BIQ 하우스(Bio Intelligent Quotient House)는 건물 동남쪽과 남서쪽 외벽에 조류로 채워진 광생물 반응기 129개 탱크(louvered tank)를 모듈식으로 장착하고 이를 통해 냉난방에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또한, 녹조가 낀 커튼월은 햇빛으로 인한 실내 온도 상승을 막아주는 역할까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에콜로직스튜디오의 트리 원>

[ 지난 3월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개최된 ‘해비타트 원 展’의 메인 작품으로 공개된 에콜로직스튜디오의 <트리 원>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


2014년에는 런던 바틀렛 대학의 생명공학에 특화된 건축 및 디자인 혁신 그룹인 에콜로직스튜디오(ecoLogicStudio)에서 ‘어반 엘지 캐노피(Urban Algae Canopy)’라는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함부르크의 사례와 같으나 스마트 기법을 활용하여 날씨 패턴, 방문자의 움직임 등을 분석해서 조류 생장에 최적화된 해법을 제공합니다. 그 결과 하루에 약 330파운드의 바이오매스가 생산되고, 삼림 4ha에 해당하는 산소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에콜로직스튜디오(ecoLogicStudio)는 올 3월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진행된 ‘해비타트 원(Habitat One)’ 전시에도 참여해 현대자동차그룹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탄소중립 시대의 미래 도시 비전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에서 메인 작품으로 선보인 <트리 원(Tree One)>은 3D프린터로 제작된 바이오 플라스틱 구조 안에 녹조류를 주입해 실제 나무처럼 본체에 탄소를 저장하고 대기에 산소를 공급하는 인공 나무와, 이와 연결된 녹조류 배양 장치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쓰인 녹조류는 다 자란 나무 약 12그루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주변의 햇빛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양분 삼아 실내 공기를 정화한다고 합니다.



■ 그린시티를 위한 변화의 노력들


[ 현대건설이 싱가포르에 시공한 마리나원(Marina One)은 용적률 1300%의 초밀도 건물이지만 실내정원과 인공폭포가 자리 잡아 쾌적함을 더했습니다 ]


환경을 생각한 건축의 진화는 더 이상 건축가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팬데믹 이후 자연을 생활공간과 접목하는 노력들이 확산되면서 생활과 인테리어 영역으로까지 그린 열풍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필릭(Biophilic)’이라는 단어는 이런 트렌드를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바이오필리아(Biophillia)>에서 확산된 ‘바이오필릭(Biophilic)’은 생명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사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필리아(Philia)’의 합성어로 ‘자연에 대한 사랑과 갈망’을 뜻합니다. 즉, 생활공간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자연적 요소를 일상에 배치하는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아모레 퍼시픽 사옥의 아름다운 중정이나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건축 조경가인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이 175종 4만여 본의 식물을 건물 외벽에 심은 부산현대미술관, 식물원을 방불케 하는 대형 카페 등이 모두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대건설이 2017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완공한 랜드마크 건물인 마리나 원(Marina One)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단일 건축공사로는 싱가포르 최대 규모인 이 프로젝트에서 현대건설은 지하 4층부터 지상 30∼34층의 4개동(사무동 2개, 주거동 2개) 건물을 시공하며 획기적인 조경을 펼쳤습니다. 4개의 건물이 중앙광장을 둥글게 둘러싸는 형태를 취하고, 그 안에 대규모 식물과 인공폭포가 자리 잡은 ‘그린 하트(Green Heart)’라 불리는 거대 정원을 조성한 것입니다. 또한 오피스 건물 2∼4층의 포디움과 15층, 31층의 높은 옥상공간에도 초록의 가든 라운지를 조성했습니다. 덕분에 1300%의 초밀도 용적률을 확보했지만 건물 사이를 오가는 산책로는 쾌적하기만 합니다. 


마리나원의 그린 하트

[ 거대한 하트 모양을 띄고 있는 마리나원(Marina One)의 그린 하트(Greeen Heart)에는 500여 그루의 나무와 4000여 그루의 관목과 초화류가 조경되어 정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하트모양을 띄고 있는 그린 하트에는 550여 그루의 나무와 4000여 그루의 관목과 초화류(草花類)가 무성하게 자리 잡아 ‘어반 정글(Urban Jungle)’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입니다. 식물조경 뿐 아닌 1042가구가 평등하게 녹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구조와 환기 및 채광, 태양열 흡수를 위한 최적의 빌딩 외관까지... 덕분에 마리나 원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그린마크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과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천루의 높이 경쟁과 화려한 비정형 디자인이 주목받던 도시의 미덕은 최근 자본이 넘치는 휘황찬란함보다는 그 기능과 효과에 더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해지며 자연을 보존하고 가깝게 느끼기 위한 공간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 그린시티의 모습 역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인류가 얼마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지속 가능한 모습으로 만들려는지 그 노력과 의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배윤경


건축가 배윤경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Berlage Institute)를 졸업했습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와 단국대학교에서 건축 설계와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오기사디자인 소속으로 여러 미디어에 건축 관련 글을 쓰고 강의도 합니다. 저서로 <암스테르담 건축기행>, <DDP 환유의 풍경>, 아모레퍼시픽의 <New Beauty Space>, 현대카드의 <The Way We Build>가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현대건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wikimedia, 현대자동차